예산안 내용 뜯어보니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 양극화 등 복지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데 비해 정부의 복지지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8일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복지예산 비중이 31.8%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복지지출을 크게 늘렸다기보다는 전체 예산 증가율이 3.0%로 소폭 늘어나는 데 따른 ‘착시효과’에 가깝다.
기초·4대연금 3조4천억 늘어
생계급여 5만원 인상
부양의무자 사각지대 여전
“일자리 예산 12.8% 증가”
실업급여 증가분 빼면 9%대 복지지출은 내년에 6.2%(7조2000억원) 늘어난다. 내년 예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7.5%)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다. 하지만 늘어난 복지예산을 살펴보면, 정부가 복지제도의 대상과 수준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 의지를 보이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늘어나게 돼 있는 자연증가분이 절반 이상에 이른다. 노사의 보험료로 이뤄진 국민연금이 1조9613억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공무원에게만 혜택이 가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사학연금도 1조848억원 늘었다. 4대 공적연금 증가분만 3조461억원으로 42.3%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기초연금도 자동으로 3528억원 늘어난다. 큰 폭으로 늘어난 복지예산으로는 구직급여(실업급여) 가 두드러진다. 내년에 구직급여 예산은 1조144억원이 늘어난다. 실업급여 지급기준이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늘어나고, 지급기간도 30일 확대되는 예산안을 정부가 짠 까닭이다. 실업급여 수준을 올리는 데 들어가는 예산만 6382억원이다. 그러나 정부는 쉬운 해고, 임금피크제 도입 등 노동개혁에 노사정이 합의를 하지 않으면, 이 예산은 빼겠다고 밝혔다. 반드시 써야 하는 법적 복지의무지출은 늘어나고, 정부 재정 규모는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미흡하다. 정부는 생계급여가 40만7000원에서 45만6000원으로 약 5만원 인상되면서 기초생활보장 예산이 6532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녀 등이 있다는 이유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양의무자 사각지대 문제는 그대로 남게 됐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빈곤층임에도 부양의무자 문제 등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이 410만명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예산도 논란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은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는 청년희망 예산”이라며, 일자리 예산을 12.8%(1조8000억) 늘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개혁이 실패해 실업급여 증가분인 6382억원이 빠지면 일자리 예산도 증가율은 9%대로 떨어진다. 또 대기업에서 직업훈련을 받으면 지원하는 고용디딤돌 프로그램(418억원), 중견기업 인턴제(1만5000명→3만명) 등 일자리 사업 상당수가 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채용을 하면 지원하는 사업도 있지만 세대간 상생고용 등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가능한 만큼,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교육예산은 0.5%(3000억)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교육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 예산 2461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못했고, 초등 돌봄교실은 교육부가 아예 예산 신청을 하지 않았다.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예산은 시·도교육청이 전액 부담하게 됐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0.5% 예산이 증가한 교육예산 편성은 역대 정부에서 본 적이 없다”며 “교육을 홀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시·도교육감들과 중앙정부 간 갈등만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국방예산은 내년에 4%(1조5000억원)가 늘어 문화, 복지, 일반 행정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다. 잠수함 전력을 구축하고, 비무장지대(DMZ) 지역의 전력이 보강된다. 국방예산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도, 지난해 통영함 납품 비리 등 방위사업 비리 근절 대책이 먼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김소연 기자, 이수범 박수지 기자 dandy@hani.co.kr
생계급여 5만원 인상
부양의무자 사각지대 여전
“일자리 예산 12.8% 증가”
실업급여 증가분 빼면 9%대 복지지출은 내년에 6.2%(7조2000억원) 늘어난다. 내년 예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7.5%)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다. 하지만 늘어난 복지예산을 살펴보면, 정부가 복지제도의 대상과 수준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 의지를 보이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늘어나게 돼 있는 자연증가분이 절반 이상에 이른다. 노사의 보험료로 이뤄진 국민연금이 1조9613억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공무원에게만 혜택이 가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사학연금도 1조848억원 늘었다. 4대 공적연금 증가분만 3조461억원으로 42.3%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기초연금도 자동으로 3528억원 늘어난다. 큰 폭으로 늘어난 복지예산으로는 구직급여(실업급여) 가 두드러진다. 내년에 구직급여 예산은 1조144억원이 늘어난다. 실업급여 지급기준이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늘어나고, 지급기간도 30일 확대되는 예산안을 정부가 짠 까닭이다. 실업급여 수준을 올리는 데 들어가는 예산만 6382억원이다. 그러나 정부는 쉬운 해고, 임금피크제 도입 등 노동개혁에 노사정이 합의를 하지 않으면, 이 예산은 빼겠다고 밝혔다. 반드시 써야 하는 법적 복지의무지출은 늘어나고, 정부 재정 규모는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미흡하다. 정부는 생계급여가 40만7000원에서 45만6000원으로 약 5만원 인상되면서 기초생활보장 예산이 6532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녀 등이 있다는 이유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양의무자 사각지대 문제는 그대로 남게 됐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빈곤층임에도 부양의무자 문제 등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이 410만명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예산도 논란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은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는 청년희망 예산”이라며, 일자리 예산을 12.8%(1조8000억) 늘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개혁이 실패해 실업급여 증가분인 6382억원이 빠지면 일자리 예산도 증가율은 9%대로 떨어진다. 또 대기업에서 직업훈련을 받으면 지원하는 고용디딤돌 프로그램(418억원), 중견기업 인턴제(1만5000명→3만명) 등 일자리 사업 상당수가 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채용을 하면 지원하는 사업도 있지만 세대간 상생고용 등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가능한 만큼,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교육예산은 0.5%(3000억)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교육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 예산 2461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못했고, 초등 돌봄교실은 교육부가 아예 예산 신청을 하지 않았다.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예산은 시·도교육청이 전액 부담하게 됐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0.5% 예산이 증가한 교육예산 편성은 역대 정부에서 본 적이 없다”며 “교육을 홀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시·도교육감들과 중앙정부 간 갈등만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국방예산은 내년에 4%(1조5000억원)가 늘어 문화, 복지, 일반 행정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다. 잠수함 전력을 구축하고, 비무장지대(DMZ) 지역의 전력이 보강된다. 국방예산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도, 지난해 통영함 납품 비리 등 방위사업 비리 근절 대책이 먼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김소연 기자, 이수범 박수지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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