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의 배임과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이 4차 공판에 참석하러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휠체어에 앉은 채 들어서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뒤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배임 혐의 법률 적용 잘못…재심리 하라”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이 회장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0일 오전 탈세·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씨제이 회장의 상고심에서, “배임 혐의에 대해 법률 적용을 잘못했으니 다시 심리하라”며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원심 판단에 문제삼은 부분은 이 회장이 일본 건물 2채를 구입할 때 씨제이 일본법인을 연대보증 서게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다.
재판부는 “배임 행위로 취득한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을 때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면서 “씨제이 재팬(씨제이의 일본법인)이 팬재팬(이 회장의 개인회사)의 대출에 연대보증할 당시, 팬재팬이 변제능력을 상실한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대출금 채무 전액을 팬재팬의 이득액으로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대출금 채무 전액을 팬재팬의 이득액으로 인정해 특경법을 적용한 원심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1657억원의 탈세·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 기소됐다. 해외 특수목적법인·국내 차명계좌·비자금 조성을 이용한 조세포탈(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조세), 비자금 조성 및 급여 조작으로 해외 법인자금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 일본 건물 2채 구입 시 일본법인을 연대보증 서게 해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를 받았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로 보면서도 검찰이 주장한 범죄액수보다 낮은 1342억원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건강상 이유로 법정구속이 되진 않았다. 반면 항소심은 회사 자금으로 부외자금 604억원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비자금 조성 행위만으로는 횡령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 때문에 유죄 인정 금액은 675억원으로 낮아졌고 형량도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이 회장이 다시 심리를 받게 됨에 따라 집행유예 선고 가능성도 생겼다. 앞서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2심에서 인정된 범죄액수가 1797억여원에 달해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이 “400억여원의 배임액을 다시 산정하라”고 판결하면서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례가 있다.
이 회장은 구속기소 한 달여 뒤 신장 이식 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받았고, 항소심 재판 중 두달여간 수감된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구속집행정지 상태에 있다. 이 회장은 아내한테서 신장을 이식받은 뒤 부작용 등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이며, 지난달에는 아버지인 이맹희 명예회장의 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11월21일까지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게 된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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