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산바’ 피해 30곳 중 24곳
저수부지 유실 등 원인으로 작용
저수부지 유실 등 원인으로 작용
지난 2012년 9월 태풍 ‘산바’ 때 일어난 낙동강 유역의 홍수 피해는 주로 4대강 사업의 준설과 자전거 도로·산책로 설치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홍수 방지를 주요 목적으로 한 4대강 사업이 오히려 홍수 피해를 키운 것이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희 의원이 공개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국가하천 태풍(산바) 조사 용역’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피해 지역 30곳 가운데 24곳의 피해는 4대강 사업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건설기술 회사인 ‘유신’과 ‘신화’가 맡아 2013년 4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수행했다.
태풍 산바 때 낙동강 유역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 피해는 30곳 가운데 18곳에서 일어난 저수부지 유실이었다. 저수부지는 평소에 내리는 비에도 잠길 수 있는 물길 옆의 낮은 둔치를 말하며, 고수부지는 홍수 때만 잠기는 높은 둔치를 말한다. 이 보고서는 저수부지 유실이 “저수호안 미설치 및 (4대강 사업에 따른) 낙동강 준설의 영향으로 인한 저수호안의 슬라이딩(옆으로 무너짐) 및 자연적인 회복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라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낙동강을 4~6m가량으로 준설함으로써 태풍이 왔을 때 강 옆 저수부지의 흙이 준설한 쪽으로 무너져내렸다는 뜻이다.
두번째로 많았던 피해는 6곳에서 일어난 고수부지 침식과 세굴(파임)이었는데, 이 보고서는 “4대강 정비 사업 후 고수부지의 토지 이용 변화에 따른 고수부지의 교란에 의해 시설물 파손, 배수로 미정비로 인한 지표 저류 및 연약화에 의한 교란·침식, 저수호안 포락에 의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과거 농지였던 고수부지에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 등 체육시설을 설치하면서 배수로를 정비하지 않아 땅바닥에 물이 차고 지반이 약해져 고수부지가 깎이고 무너졌다는 뜻이다. 당시 태풍 산바로 인한 낙동강 유역의 피해액은 62억원, 복구 비용은 185억원이었다.
김상희 의원은 “홍수 방지가 주요 목적인 4대강 사업이 오히려 홍수 피해를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예산만 낭비하고 실패한 사업임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출 부산국토청 하천계획과장은 박성출 과장은 “당시 4대강 사업이 끝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태풍 피해가 컸는데, 이제는 낙동강 유역이 어느 정도 안정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태풍이 와도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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