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예산·추가경정예산 대비 2016년 예산(안) 증가율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대해 수입은 추가경정예산으로, 지출은 본예산을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필요에 따라 정부에 유리한 쪽으로 계산한 증가율을 내세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기재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총수입이 391조5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과 견주면 2.4%(9조1000억원) 늘어난다. 하지만 추경 예산과 비교하면 1.3%포인트 많은 3.7%(13조8000억원)로 증가율 수치가 올라간다.
지출도 차이가 크다. 내년 총지출 예산안은 386조7000억원으로 본예산 대비 3.0%(11조3000억원) 늘어나는데, 추경예산을 기준으로 하면 증가율이 0.5%(2조원)에 그친다. 어디를 기준으로 두느냐에 따라 정부 지출액 증가분이 9조30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수입은 추경과 견줄 때 더 많이 늘어나고, 지출은 본예산과 비교할 때 증가율이 높다.
정부는 지난 7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영향으로 경기가 부진하자, 추경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의 동의를 얻었다. 추경에선 경기가 좋지 않아 지난해 확정한 올해 세수가 제대로 걷힐 수 없다고 판단해 총수입을 382조4000억에서 377조7000억으로 4조7000억원 줄였다. 수입이 적어 애초 잡아놓은 예산 사업을 할 수 없는 부분은 나랏빚(국채 발행)을 늘려 충당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 지출은 375조4000억에서 384조7000억원으로 9조3000억원 늘렸다.
정부는 지난 8일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본예산 기준으로 총수입과 총지출 증가율을 계산했다. 추경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통상 예산을 검토할 때 본예산 기준을 들어 설명한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도 브리핑에서 “총수입(2.4%)보다 총지출(3.0%)이 더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사실상 확장 재정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 지출이 너무 적다는 비판에 정부는 총수입보다 더 많이 지출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정부 안에서도 예산 기준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다. 세제실은 지난 8일 별도로 ‘2016년 국세 세입안’ 자료를 내면서 추경에 무게중심을 두고 수치를 계산했다. 내년 국세 수입이 223조1000억원으로 올해 추경(215조7000억원) 대비 3.4%(7조4000억원) 늘어난다고 밝혔다. 본예산과 견주면 숫자가 크게 달라진다. 국세 수입은 내년에 0.9%(2조원) 늘어나는 데 그치는 까닭이다. 세제실 담당자는 “실질적으로 내년에 정부가 얼마나 더 국세를 걷게 되는지 보려면 추경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추경을 통해 올해 수입 예산이 변경된 만큼, 본예산 수입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내년에 국세는 올해보다 7조4000억원을 더 걷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실질적으로 올해 거둬들인 수입과 지출을 보려면 추경으로 따지는 것이 현실을 반영한 수치이긴 하다. 추경으로 계산하면 총수입은 3.7% 늘어나고, 총지출은 0.5% 증가에 그쳐 정부는 내년에 긴축재정을 편성하게 되는 셈이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정부가 왜 지출은 본예산을 기준으로 계산하고, 세입은 추경으로 계산했을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내년 지출 증가가 초라하니 이를 부풀리려는 것이고, 세입 확대에선 추경예산 기준을 적용해 세입 증가를 크게 보이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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