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 서울톨게이트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차량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성남/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생전에 일본 최초의 노벨 경제학상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우자와 히로후미 도쿄대 명예교수(경제학·2014년 별세)는 40년 전에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1974)이란 책을 펴냈다. 당시 도요타를 필두로 자동차 수요가 급성장하자 일본 정부는 전 국토에 걸쳐 도로망을 대대적으로 깔아 나갔다. 우자와는 자동차 운행을 중심으로 구획·설계·형성되고 있던 ‘자동차 도시’의 부정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05년 그는 “자동차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 문제는 현재에 더욱 긴급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자동차는 경제발전의 ‘산업 등뼈’로 받아들여지고 자동차 보급은 사회의 진보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로 여겨져 왔다. 자동차를 위해 국토를 ‘계획’하고, 농사짓던 땅을 갈아엎어 포장도로를 놓는 국가 정책에 거의 아무런 제동도 걸리지 않았다. 반도체나 휴대폰 사업과 달리 자동차는 초창기부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으로 시작됐다. 1970년대 국산 승용차 독자 모델이 ‘국민차’로 지정됐고, 이어 수입차로부터 국산차 내수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수입처 다변화가 뒤따랐다. 소비자는 품질에 비해 비싼 값을 치르면서 국산차를 애용해야 했다.
초기에 국가의 자동차 지원·특혜는 국민들이 은행에 저축한 돈을 마음껏 저금리로 빌려 ‘생산’활동에 쓸 수 있게 해준 ‘자금 동원’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판매’를 간접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에 붙는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를 연례적으로 낮춰주고, 납세자들이 낸 국가 자원(세금)을 투입해 1년 내내 여기저기 도로를 새로 건설하는 게 판매를 돕는 두 축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27일부터 자동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공장도가격의 5%에서 3.5%로 전격 인하했다. 이 탄력세율은 오는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자동차 개별소비세는 1977년 처음 도입(1500㏄ 이하 15%, 1500~2000㏄ 20%, 2000㏄ 이상 40%)된 이래 세율이 20회가량 계속 인하돼 이제 5%(모든 배기량 동일)까지 내려왔다.
국산차 내수판매량은 1996년 164만대에 도달한 이래 9년간 한번도 이를 넘어선 적이 없다. 자동차 판매가 성숙 단계에 이른 2000년대 들어 정부는 경기변동이나 자동차 판매 상황에 맞춰 개별소비세 탄력세율 한시적 인하를 자주 꺼내들고 있다. 자동차 탄력세율 적용은 1980년 첫 시행 이후 총 8번 이뤄졌다. 서울올림픽(1988년)과 외환위기(1998년)라는 국가적 사건 때 두번 실시된 뒤부터는 2001년·2004년·2008년·2012년·2015년 등 3~4년 간격으로 이뤄져 정례화된 느낌마저 들 정도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개별소비세 인하로 세수가 1200억~13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2013년 국세·지방세를 합친 전체 세수(256조원) 중에서 자동차 관련 세수는 총 37조원(14.4%)이다.
이번 세금 인하에 따른 자동차 판매는 어느 정도 증가할까? 현대차 자동차산업연구소가 내놓은 <자동차 수요의 탄력도 조사>(1997)를 보면, 자동차 구입·등록 관련 비용이 자동차 구매수요에 미치는 영향(탄력성)은 1.26(중소형차 2.12)으로 추정된다. 세금 인하로 자동차 가격이 1% 인하되면 자동차 구매수요는 1.26% 정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최근 휘발유 가격은 하향 안정화를 유지하고 있어 유류 가격이 자동차 구매에 미치는 영향은 둔감해지는 반면,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차량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쪽은 이번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국산차 판매 효과는 겨우 1만대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 탄력성과 1000㏄ 이하 경차는 개별소비세가 면제되는 것을 고려하면 국산차(올해 내수 140만대 예상)는 1만대, 수입차(25만대 예상)는 3천대 정도 더 팔리는 효과에 그친다는 얘기다.
정부, 지난달말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1977년 도입 이래 세율 20차례나 내려
탄력세율 한시 적용 1980년 이래 총 8회
내수 판매 위축될 때마다 마치 정례화
세금 인하 효과 겨우 1만3천대 증가?
3년 전 인하 땐 현대차 최고 판매 경신도
도로 건설도 자동차 판매 우회적 지원
그러나 “국가가 세금제도를 통해 자동차업체를 도와주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자동차협회는 주장하지만 경험적 사실은 이와 좀 다르다. 2012년 자동차 판매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던 당시에도 개별소비세 탄력세율 인하(9월11일~12월31일, 2000㏄ 이하 5%→3.5%, 2000㏄ 초과 8%→6.5%)가 이뤄졌다. 그러자 그해 10월 내수는 전년동월비 2.3% 증가해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전했고, 11월은 12만9천대(전년동월비 12.2% 증가), 12월은 13만6천대로 그해 최고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당시 12월에 현대·기아차는 2009년 말 이후 월간 최고 판매실적을 경신했을 정도다. 3년 전에도 그랬듯 탄력세율 적용 시기는 주로 9월부터다. 통상적으로 9월은 자동차 판매가 정체되는 때다. 2013년 승용차 내수는 3~8월 월 9만3천~10만6천대였다가 9월 8만5천대로 떨어졌다. 작년에도 3~7월 월 9만8천~10만7천대였던 것이 9월 9만4천대로 줄었다. 2011~15년 도로 투자 연평균 8조3천억 국가는 자동차 주행 단계에서도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 휘발유 등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주행세(교통·에너지·환경세액의 36%)의 실행세율은 법정세율의 ±30%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다. 여기서도 세율 조정을 통해 자동차 판매를 간접지원할 수 있는 셈이다. 구입·주행 단계의 세금뿐 아니라 도로건설도 자동차 판매에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길이 새로 뚫리고 교통혼잡이 줄어들수록 자동차의 이용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러 사회적·경제적 활동 과정에서 자동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자동차 사회’에서 국가의 도로건설 투자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4년 12월말 우리나라 도로 총연장은 10만5773㎞에 이른다. 2011~2015년 동안 도로건설 및 유지보수에 연평균 8조3308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5 도로건설편람>을 보면 고속국도 건설비용은 ‘4차로 신설’의 경우 ㎞당 395억원, 교량 507억원, 터널 249억원이다. 자동차운행에 투입되는 교통경찰운영 행정예산, 신호등 및 교통안전설비, 노면표시판도 국가의 우회적인 자동차 지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쪽은 “건설비용 대비 각종 경제적 편익을 금액으로 환산해 도로건설의 타당성을 따질 뿐 자동차 판매에 미칠 영향은 추산도 어렵고 고려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국가시설의 상당 부분은 수익자(운행자) 부담 원칙에 따라 충당되고 있긴 하다. 자동차 구입·운행에 붙는 세금이 도로건설 및 유지보수의 주요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도로계정’(올해 예산 9조1611억원) 세입구조를 보면 개별소비세의 100%, 휘발유·경유·엘피지(LPG)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전입금의 51%가 ‘도로’에 사용된다. 그런데 국토부 쪽은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해 도로예산 부족분이 발생하면 그만큼을 일반회계에서 추가 전입해 충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소유·운행하지 않는 납세자도 일반회계를 통해 도로건설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도로 등 교통시설은 경제의 동맥으로서 ‘사회적 인프라’로 볼 수 있다. 국가가 꼭 자동차업체를 돕는다기보다는 국민경제에서 사람과 재화의 흐름이 빠르고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구축하는 사회기반시설이란 얘기다. 또 자동차 판매가 한대 증가할 때 전후방 연관산업에 파급되는 생산유발효과도 적지 않다. 자동차산업 생산액은 총 181조2천억원(2013년)으로 제조업 전체(1495조원)의 12.1%를 차지한다. 그러나 ‘자동차 사회’는 편익 못지않게 누적적인 환경오염 등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한국교통연구원 황상규 선임연구위원은 “세제혜택이나 도로건설에만 국가 자원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적정 수준의 자동차 소비로 통제·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자동차 관련 세금을 배기량 기준에서 탈피해 성능(연비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주행거리에 비례해 부과해야 과도한 자동차 이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소형차 등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차를 구입하면 보조금을 주고 많이 배출하는 중대형차를 사면 부담금을 물리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자동차업계와 국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의 ‘반대 공조’에 직면해 2021년 이후로 시행이 미뤄졌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1977년 도입 이래 세율 20차례나 내려
탄력세율 한시 적용 1980년 이래 총 8회
내수 판매 위축될 때마다 마치 정례화
세금 인하 효과 겨우 1만3천대 증가?
3년 전 인하 땐 현대차 최고 판매 경신도
도로 건설도 자동차 판매 우회적 지원
그러나 “국가가 세금제도를 통해 자동차업체를 도와주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자동차협회는 주장하지만 경험적 사실은 이와 좀 다르다. 2012년 자동차 판매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던 당시에도 개별소비세 탄력세율 인하(9월11일~12월31일, 2000㏄ 이하 5%→3.5%, 2000㏄ 초과 8%→6.5%)가 이뤄졌다. 그러자 그해 10월 내수는 전년동월비 2.3% 증가해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전했고, 11월은 12만9천대(전년동월비 12.2% 증가), 12월은 13만6천대로 그해 최고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당시 12월에 현대·기아차는 2009년 말 이후 월간 최고 판매실적을 경신했을 정도다. 3년 전에도 그랬듯 탄력세율 적용 시기는 주로 9월부터다. 통상적으로 9월은 자동차 판매가 정체되는 때다. 2013년 승용차 내수는 3~8월 월 9만3천~10만6천대였다가 9월 8만5천대로 떨어졌다. 작년에도 3~7월 월 9만8천~10만7천대였던 것이 9월 9만4천대로 줄었다. 2011~15년 도로 투자 연평균 8조3천억 국가는 자동차 주행 단계에서도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 휘발유 등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주행세(교통·에너지·환경세액의 36%)의 실행세율은 법정세율의 ±30%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다. 여기서도 세율 조정을 통해 자동차 판매를 간접지원할 수 있는 셈이다. 구입·주행 단계의 세금뿐 아니라 도로건설도 자동차 판매에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길이 새로 뚫리고 교통혼잡이 줄어들수록 자동차의 이용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러 사회적·경제적 활동 과정에서 자동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자동차 사회’에서 국가의 도로건설 투자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4년 12월말 우리나라 도로 총연장은 10만5773㎞에 이른다. 2011~2015년 동안 도로건설 및 유지보수에 연평균 8조3308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5 도로건설편람>을 보면 고속국도 건설비용은 ‘4차로 신설’의 경우 ㎞당 395억원, 교량 507억원, 터널 249억원이다. 자동차운행에 투입되는 교통경찰운영 행정예산, 신호등 및 교통안전설비, 노면표시판도 국가의 우회적인 자동차 지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쪽은 “건설비용 대비 각종 경제적 편익을 금액으로 환산해 도로건설의 타당성을 따질 뿐 자동차 판매에 미칠 영향은 추산도 어렵고 고려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국가시설의 상당 부분은 수익자(운행자) 부담 원칙에 따라 충당되고 있긴 하다. 자동차 구입·운행에 붙는 세금이 도로건설 및 유지보수의 주요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도로계정’(올해 예산 9조1611억원) 세입구조를 보면 개별소비세의 100%, 휘발유·경유·엘피지(LPG)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전입금의 51%가 ‘도로’에 사용된다. 그런데 국토부 쪽은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해 도로예산 부족분이 발생하면 그만큼을 일반회계에서 추가 전입해 충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소유·운행하지 않는 납세자도 일반회계를 통해 도로건설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도로 등 교통시설은 경제의 동맥으로서 ‘사회적 인프라’로 볼 수 있다. 국가가 꼭 자동차업체를 돕는다기보다는 국민경제에서 사람과 재화의 흐름이 빠르고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구축하는 사회기반시설이란 얘기다. 또 자동차 판매가 한대 증가할 때 전후방 연관산업에 파급되는 생산유발효과도 적지 않다. 자동차산업 생산액은 총 181조2천억원(2013년)으로 제조업 전체(1495조원)의 12.1%를 차지한다. 그러나 ‘자동차 사회’는 편익 못지않게 누적적인 환경오염 등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한국교통연구원 황상규 선임연구위원은 “세제혜택이나 도로건설에만 국가 자원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적정 수준의 자동차 소비로 통제·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자동차 관련 세금을 배기량 기준에서 탈피해 성능(연비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주행거리에 비례해 부과해야 과도한 자동차 이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소형차 등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차를 구입하면 보조금을 주고 많이 배출하는 중대형차를 사면 부담금을 물리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자동차업계와 국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의 ‘반대 공조’에 직면해 2021년 이후로 시행이 미뤄졌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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