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의 단체협약 가운데 법원과 정부가 인정하는 내용들까지 인사·경영권 침해라고 비판해 무리한 ‘노조 때리기’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특히 직원 자녀에 대한 학비 지원 조항을 과도한 특혜라고 비판했으나, 전경련 임직원들도 현재 자녀 학비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14일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화학, 정유, 조선, 은행 등 10개 대기업의 단체협약을 분석한 결과, 직원전보나 공장이전 등을 노조와 사전협의(8개사), 직원 자녀 학비 전액 지원(6개사), 직원 채용시 노조 조합원 가족 우대(9개사) 등의 특권 조항들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전경련은 인사·경영권은 교섭대상이 아니고, 과도한 복지혜택은 지나치며,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은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한 고용정책기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경련은 이를 이유로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정규직-비정규직, 대-중소기업 간 근로자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과보호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직원전보 및 공장이전 사전협의 조항에 대한 경영·인사권 침해 주장은 대법원에서 노사 당사자 간 계약에 의한 사안으로 법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과 배치된다. 단체협약의 법위반 여부를 검토 중인 고용노동부도 이에 대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했다. 고용노동부 고용관계법제과는 “협의가 아닌 합의나 노사공동위원회 통과를 의무화는 내용은 사용자 쪽에서 보면 지나치다는 주장이 있으나 대법원에서는 당사자 간 계약에 따라 결정할 사안으로 보고 있어 정부에서도 시정지시나 개선권고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직원 자녀 학비 지원은 복리후생 관련 사안으로 역시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고, 기업 형편이 허용한다면 가능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복지 확대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경련·대한상의 등 경제단체 대부분이 현재 임직원 자녀의 중·고·대학교 학비를 최대 100%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 업무상 사망이나 장애로 일을 못하는 직원의 가족에 대한 채용 우대는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시행하는 사항들이다. 다만 장기근속자나 정년 퇴직자 자녀에 대한 채용 우대는 고용정책기본법에 위배 소지가 있고,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이익 챙기기라는 지적이 이전부터 제기돼온 사안이다. 고용노동부도 이에 대한 시정지시나 개선권고를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무조건 조합원 자녀를 우선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수급계획에 따라 채용할 때 취업규정상 적합한 경우에 한다는 단서조건이 붙어 있고, 사망 또는 장애 직원의 자녀 채용은 간혹 있어도 장기근속자 등의 자녀 채용 사례는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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