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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기 부진한데 ‘일용직’ 아닌 ‘상용직’ 고용 증가, 왜?

등록 2015-09-21 20:17수정 2015-09-22 10:18

300인 이상 제조업 조사 결과
2012년 7월 이후 꾸준히 늘어
서비스업보다 4배나 더 많아

2010년 이후 노동생산성 둔화에
노동력 투입 늘려 대응한 때문
신규채용보단 단기 채용 많아
최근 한국 경제에 이른바 ‘고용 퍼즐(수수께끼)’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좀처럼 부진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제조업 수익성이 둔화·악화되고 있음에도 2012년 이후 제조업에서 상용직 고용이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는, 얼핏 보기에 이상한 현상이다.

21일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매월고용동향분석>을 보면, 지난 7월 현재 제조업종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의 임금근로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6만5천명 증가했다. 서비스업종 취업자 증가(1만7천명)보다 4배가량 많다. 놀라운 건 임시·일용직이 아닌 ‘상용직’이 6만4천명 늘었다는 점이다. 제조업 상용직의 꾸준한 증가는 2012년 이후 탄탄한 ‘추세’다. 7월 제조업 임금취업자 증가 숫자는 전년 동기 대비로 2013년 3만2천명, 지난해 8만1천명 등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다. 제조업 전체 고용(2014년 약 430만명)으로 볼 때도 지난해 3.5%(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데 이어 올 1분기 3.3%, 2분기 3.4%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지속 중이다. <매월고용동향분석>은 ‘제조업 고용’에 대해 “2012년 7월부터 견고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평균 14만7천명 증가했다. 특히 상용직 중심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임시직은 2013년 7월부터 감소해 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몇년동안에도 ‘상용직 중심의 취업자 증가’ 현상은 있었다. 그때는 대량 정리해고로 일자리를 줄인 뒤에 경기가 회복되자 기업들이 다시 인력을 뽑아 나타난 현상이었다. 이와 달리 근래의 제조업 임금일자리 증가는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기존 일자리가 유지되는 가운데 새 일자리가 증가하는 뚜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6일 펴낸 ‘한국제조업’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제조업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실질 부가가치 기준) 상승률은 1990~2000년 10.6%, 2000~2010년 7.2%다. 미국·일본·독일·프랑스(0.6~2.7%) 등 선진 경제대국에 견줘 이미 세계 최상위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 뒤부터는 급격한 둔화 추세로 전환됐다. 제조업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2010~2013년 2.8%로 급전직하한 뒤 지난해 다시 0.5%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2.7%)에는 마이너스로 후퇴했다.

취업자당 생산성뿐 아니라 노동시간당 생산성 역시 둔화 추세가 뚜렸하다. 2004~2011년 시간당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8.1%였는데, 2011~2014년 0.8%로 급락한 뒤 올 상반기는 -2.0%로 떨어졌다. 강 연구위원은 “제조업 생산량의 성장에 비해 생산성이 훨씬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게 ‘원인’이고, 이것이 작용해 최근 제조업 고용 증가폭이 확대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 상용직 고용 증가 추세라는 ‘퍼즐’은 생산성 둔화가 그 요인으로, 노동생산성이 급속히 떨어지자 제조업체마다 신규 노동투입을 늘려 생산량 증가를 도모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겨레>가 전국사업체조사와 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를 분석해보니 2014년 2분기부터 제조업의 고용증가율(3.3%)이 제조업 부가가치증가율(1.6%)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물론 이미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기존 노동자들의 총근로시간을 더 늘리는 방식으로 생산성 하락에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사정도 있다.

이런 일자리는 제조업 내부의 어디에서 주로 생겨나는 것일까? 통계청 ‘임금근로일자리 행정통계’와 국가통계포털(KOSIS)의 관련 통계를 보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회사법인’의 임금근로일자리(2013년 전산업 941만개)의 증가분은 2012년 31만개(증가율 3.6%), 2013년 29만개(3.2%)에 이른다. 특히 ‘근속 1~3년’ 일자리 증가분은 2012년 36만개(증가율 9.6%), 2013년 50만개(12.2%)에 달했다. 신규채용보다는 ‘짧은 상용직’ 채용이 많다는 뜻이다. 제조업만 보면, 회사법인 임금일자리(340만개) 중에서 ‘지속 일자리’(249만개)를 제외한 신규·대체일자리가 90만9천개에 이른다. 특히 이 신규·대체 일자리 가운데 대다수인 80만5천개는 기존 법인조직 안에서 조직 확장이나 입직으로 증가한 것이다. 새로운 법인 설립으로 늘어난 건 10만3천개에 그친다. 기존 기업 내부에서 취업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계완 김경락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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