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국감서 전임 사장 의혹 추궁
국민연금 5년새 2000억 투자 손실
국민연금 5년새 2000억 투자 손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올해 상반기 3조원대 영업손실을 공개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문제를 놓고 전임 사장들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의 지분 가치 하락으로 최근 5년 동안 2000억원에 이르는 투자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감에서 강기정 의원은(새정치민주연합)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이 재임 시절(2006년 3월~2012년 3월) 부실경영으로 회사에 수백억원의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이 낸 자료를 종합하면, 대우조선은 2010년 4월 삼우중공업 주식 392만주(77%)를 주당 5442원에 매입해 경영권을 이미 확보했으나, 2011년 7월 남은 지분 120만주(23%)를 190억원에 추가로 매입했다. 이때 주당 매입가는 최초 매입가보다 3배가량 비싼 1만5855원을 적용했다. 강 의원은 “대우조선이 잔여지분을 고가에 매입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190억원에 매입해 그만큼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또 대우조선은 2010년 1월과 2011년 3월 운송업체들과 계약을 종료한 뒤 ‘부산국제물류’를 인수해 기존보다 10% 인상된 수십억원의 초과 운임을 매년 지급했다. 2011년에는 부산국제물류 지분을 남 전 사장의 대학 동창인 정아무개씨한테 넘겨 정씨가 2011~2014년 24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이로써 대우조선은 2010~2013년까지 100억여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강 의원은 주장했다.
남 전 사장과 후임인 고재호 전 사장이 연임하려고 영업실적을 부풀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 의원은 “남 전 사장이 연임에 도전했던 2011년 대우조선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안정적이었으나 다음해인 2012년 영업이익이 6670억원이나 급감했다. 고 전 사장 역시 올해 3월 연임을 위해 임기 3년 동안 매년 4000억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고해 경영실적을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감에 증인으로 나온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이와 관련 “(전 사장들의) 부실회계 의혹을 확인한 바는 없다. 실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으나 위반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기택 산은 회장은 “분식회계로 판명난다면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합당한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국민연금이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대우조선에 투자해 1996억원의 매매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까지 대우조선 지분 8.28%를 갖고 있었으나 올들어 이를 처분해 8월 현재 0.16%로 지분율을 낮췄다. 대우조선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발표한 올해에만 99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산업은행 퇴직 임직원의 ‘낙하산 취업’도 도마에 올랐다. 이학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산업은행을 퇴직한 임직원 102명이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거나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기업의 대표이사 등으로 취업했다고 밝혔다. 한 예로, 산은의 김아무개 자금부 본부장과 김아무개 재무본부장, 김아무개 재무부문장은 각각 2009년, 2012년, 2014년 산은을 퇴직한 뒤 대우조선 부사장으로 재취업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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