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본사의 현대차 사옥. 한겨레 자료 사진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볼보·르노와 함께 2017년에 도입될 더 엄격한 배출가스 테스트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국제 비영리단체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폴크스바겐 자동차의 배기가스 속임수를 밝혀냈던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가 지난 15일 발간한 ‘유로6 승용차의 질소산화물 억제 기술’ 백서를 보면, 이 위원회는 “실험실이 아니라 실제 도로조건 방식(RDE)으로 총 32대를 조사한 결과 볼보와 르노, 현대의 실험 차량(각 1종)이 질소산화물을 매우 많이 배출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어 “현대차 등이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 억제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실제 도로상 배출가스 측정 테스트가 적용된다면 해당 차량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유럽연합(EU)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서에 따르면, 현대차 차량은 실제 도로 조건 방식의 테스트에서 질소산화물이 기준치의 6.9배에 달했다. 르노는 8.8배, 볼보는 14.6배에 이르렀다. 이달부터 유럽연합과 국내에서 전면 적용된 유로6 배출가스 기준상 질소산화물 허용치는 80㎎/㎞ 이하다. 이번 조사에서 현대차의 실험 차량은 주행거리 1㎞당 질소산화물 553㎎을 배출했다.
현대차의 조사 대상 차종은 준대형급이며, 모델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들 차량은 현행 실험실 조건 측정방식에서는 모두 배출가스 기준을 간신히 충족했다. 현재 유로6 배출가스 측정방식은 실험실 조건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2017년 9월께부터 실제 도로 조건으로 기준이 바뀔 예정이다.
위원회는 또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로 엘엔티(LNT·질소산화물 저감 촉매)보다 에스시알(SCR·선택적 촉매 환원장치)을 장착한 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적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현대차·볼보·르노 차량은 엘엔티가 탑재된 모델이다. 현대차 쪽은 “실험실보다 환경이 가혹한 도로에서 배출가스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2017년에 강화되는 유로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할 수 있도록 에스시알 장치를 연구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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