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하루 앞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 백화점 건물 바깥에 커다란 알림판이 걸려 있다. 10월1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행사는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전통시장 등 전국 2만7천여 매장에서 동시에 열린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사상 최대 할인’ 내걸고 2주간
전국 2만7천여 매장 동시 참여
최대 50~70% 할인 내세우지만
이름만 바꾼 ‘정기 세일 확대판’
행사 명칭도 업체마다 제각각
백화점 “일정 조정한 것밖에 없어”
대형마트는 대폭 할인 돌입 ‘체면’
전국 2만7천여 매장 동시 참여
최대 50~70% 할인 내세우지만
이름만 바꾼 ‘정기 세일 확대판’
행사 명칭도 업체마다 제각각
백화점 “일정 조정한 것밖에 없어”
대형마트는 대폭 할인 돌입 ‘체면’
‘국내 최초, 사상 최대 규모, 범국가적 전국 할인행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오늘부터 시작돼 2주간 이어진다. 미국의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본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행사를 기획하고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전통시장 등 민간 유통업체가 자율적으로 동참하는 방식으로 전국 2만7천여 매장에서 동시에 열린다. 그러나 할인폭이 최대 50~70%에 이르고, ‘블랙프라이데이 특별기획전’을 마련했다지만 기존 할인행사에 ‘블랙프라이데이’를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첫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기존에 외국인 대상으로 해오던 ‘코리아 그랜드세일’ 행사를 내국인 대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정부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선포했으나 백화점들조차 행사 명칭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입구에는 ‘코리아 그랜드세일’이라고 적힌 간판이 걸려 있을 뿐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백화점의 담당자는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처럼 직매입하는 백화점이 할 수 있는 것이지, 우리처럼 임대매장 위주의 백화점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대형마트 등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가 백화점들이 매년 진행하는 가을 정기세일과 사실상 다름없다는 평도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기존 정기세일보다 60개 많은 720개 브랜드가 이번 그랜드세일에 참여하고, 원래 세일에 참여하지 않는 110여개 브랜드도 특별 프로모션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매장을 둘러보니 이른바 ‘노세일 브랜드’들은 가격할인이 아니라 장바구니 등 사은품을 증정하거나 사용기한이 한달밖에 안 되는 브랜드 상품권(구입금액의 10% 이하)을 주는 수준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로 ‘아웃도어 라이프페어’(본점 1~8일)를 열고 인기 아웃도어 제품을 40~80% 할인한 가격에 판다는 계획이다. 아웃도어 할인 행사는 매년 이맘때 열어온 행사로, 최대 할인폭이 10%가량 커졌다는 것만 다르다. 현대백화점은 18일까지 추첨으로 현대백화점카드 결제 고객 100명을 뽑아 구매금액을 모두 환급해주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백화점 마케팅담당자는 “정부 정책에 동참한다는 뜻으로 세일 일정을 조금씩 조정한 것 말고는 원래 준비해온 가을 정기세일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편의점들도 원래 진행해온 할인행사에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명칭을 덧씌운 듯한 모습이다. 씨유(CU)의 경우 매달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1+1 행사’ 외에 새로 추가된 할인행사는 모바일 앱 이용 고객에 한해 트레비 탄산수를 50% 할인해주거나 간편식과 피비(PB)제품 구매시 포인트를 10% 추가 적립해주는 정도다. 세븐일레븐도 음료·과자 30종을 모바일 앱과 모바일 쿠폰을 통해서만 할인해준다.
다만, 대형마트들은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전에 없던 할인행사를 준비했다. 이마트는 신선식품에서 가전, 패션에 이르기까지 생필품 1000여개 품목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고, 롯데마트는 재고상품 3000여점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그러나 한 대형마트 직원은 “추석 직후는 원래 비수기다. 집집마다 냉장고에 먹을 게 쌓여 있기 때문에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오지 않는다. 이번 행사를 통해 매출에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쪽도 “추석 연휴가 막 끝난 뒤라서 시점상 소비 진작에 불리한 여건인 건 맞다. 행사가 끝난 뒤에 내수시장 매출 신장 효과를 면밀하게 분석한 뒤 내년 이후 블랙프라이데이를 정례화할지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판 원조 블랙프라이데이와 달리 상품 제조업체의 참여가 미미한 반면 유통업체가 주도하다보니 할인폭에 한계가 있고, 정부가 갑작스레 기획한 탓에 소비 진작 극대화를 꾀하기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온라인몰 홍보담당자는 30일 “세일 행사는 미리 한달 전에 업체들과 품목·할인율 등을 정하는데, 이번엔 행사가 코앞에 다가온 오늘까지 상품 목록이 정리되지 않을 만큼 급하게 마련됐다”고 말했다.
유신재 김미영 기자 ohora@hani.co.kr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주요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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