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2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본사에서 자사의 첫 스포츠실용차(SUV) ‘모델 엑스’(Model X)를 소개하고 있다. ‘모델 엑스’는 좁은 공간에서 최대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위쪽으로 문이 열리는 ‘팰컨 윙’(falcon wing)을 장착했다. 프리몬트/AFP 연합뉴스
독일 폭스바겐(폴크스바겐)그룹이 배출가스 조작으로 위기에 처한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첫 스포츠실용차(SUV) ‘모델 X’를 출시했다. 모델 X는 2012년 단종된 스포츠카 ‘로드스터’와 현재 판매중인 세단 ‘모델 S’에 이어 테슬라가 세번째로 선보이는 전기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9일 밤(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모델 X를 직접 소개했으며, 이 모습은 웹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날 무대에 오른 머스크가 신차 특징으로 가장 먼저 소개한 건 주행거리가 아닌 ‘안전성’이었다. 그는 모델 X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실시하는 충돌시험 전 부문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 이상을 획득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기존 자동차에 쓰이는 에어필터에 견줘 10배 이상 큰 에어필터를 설치했다고 소개했다. 모델 X에 쓰인 에어필터가 기존 제품에 견줘 박테리아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더 많이 걸러내 차량 안 공기도 깨끗이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기청정 시스템을 구동시키는 버튼은 ‘생화학무기 방어 모드’라고 이름 붙여졌다.
7인승인 모델 X의 외형상 가장 큰 특징은 매의 날개처럼 차 지붕 위로 올라가는 ‘팰컨 윙 도어’가 차량 뒷문으로 활용됐다는 점이다. 뒷문이 위로 솟아오르자 내부 공간이 좀더 넓어져 탑승객이 세번째 열 좌석에 앉기가 수월해 보였다. 이 문은 좁은 주차공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으며, 장애물 감지 센서가 부착돼 있다고 미국 <시엔엔>(CNN)은 전했다.
90㎾h 배터리가 들어간 90D 모델은 한번 충전으로 414㎞(257마일), 고성능 모델인 P80D는 402㎞(250마일)를 달릴 수 있다. 테슬라는 모델 X의 정확한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외신들은 13만2000달러(약 1억6천만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5년 상반기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 순위
테슬라는 올해 2분기 세계에서 1만1532대를 팔아 저유가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국 실리콘밸리 업체들과 세계 최고의 내연기관을 만들어내는 독일 업체들 간의 친환경·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던 와중에 터진 폴크스바겐 파문은 테슬라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유럽에서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모델 X 공개를 앞두고 “폴크스바겐 사태가 보여주는 건 가솔린과 디젤 기술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해 눈길을 모았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테슬라가 미국 밖 지역인 네덜란드에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모델 X는 세계 시장에 나온 유일한 고급 에스유브이 전기차다. 폴크스바겐그룹 아우디가 개발중인, 한번 충전으로 500㎞를 달릴 수 있는 에스유브이 전기차는 2018년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이번 기회를 틈타 테슬라가 한걸음 더 도약할지는 모델 X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보급형 세단인 ‘모델 3’를 2017년까지 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테슬라는 올해 5만여대를 팔고, 2020년까지 50만대를 팔겠다는 계획이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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