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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프리미엄 김치’에 도전한다

등록 2015-10-04 20:36수정 2015-10-05 10:32

지난 2년 동안 프리미엄 김치 개발에 매진했던 씨제이제일제당 민석현 케이프로젝트 팀장, 식품연구소 오지영 부장, 박미영 연구원(왼쪽부터)이 서울 구로구 씨제이식품연구소 연구실에서 ‘비비고 궁중배추김치’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프리미엄 김치 개발에 매진했던 씨제이제일제당 민석현 케이프로젝트 팀장, 식품연구소 오지영 부장, 박미영 연구원(왼쪽부터)이 서울 구로구 씨제이식품연구소 연구실에서 ‘비비고 궁중배추김치’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김치를 얼마나 진지하게 만들어왔는가?’

씨제이(CJ)제일제당 민석현 케이(K)프로젝트 팀장은 지난 8월 출시된 프리미엄 김치 ‘비비고 궁중배추김치’ 개발이 이런 반성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씨제이 ‘프리미엄 김치팀’ 2년간 준비
시중 포장김치 두배 가격 김치 출시
“맛보다 가격 경쟁, 업계 관행 바꿔야”
잘 고른 무·배추에 천일염·황석어젓
김장독처럼 숨쉬는 포장까지 공들여

우리나라에서 처음 포장김치가 개발된 건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0년대였다. 외국인에게 위생적인 김치를 제공해야겠다는 정부의 뜻이 있었고, 오비맥주로 발효기술을 축적한 두산그룹이 떠맡았다. 그렇게 해서 오늘날 소비자 시장 60%를 점유하고 있는 ‘종가집 김치’가 탄생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집에서 김치를 담그지 않고 사 먹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포장김치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고, 씨제이제일제당을 비롯한 여러 식품기업도 포장김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민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어떤 식품이든 5년, 10년이면 많은 발전을 하는데 유독 김치만 발전이 없었다. 1980년대 이후 김치는 레시피도, 포장도 변한 게 거의 없다. 여러 업체가 김치 제조에 뛰어들어 경쟁이 격화됐지만, 품질 경쟁이 아니라 가격 경쟁만 벌였다. 중국산 김치 수입이 계속 늘어났다.

씨제이제일제당은 2013년부터 프리미엄 김치 개발에 들어갔다. 연구원들과 마케팅 담당자들이 함께 고급 한식 레스토랑 수십 곳을 다니며 김치 맛을 보고 전국의 이름난 김치 명인들의 제품을 사 먹었다. 씨제이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오지영 부장은 “고급 레스토랑의 김치 맛이 예전과 달라졌다. 빨갛고 맛이 강한 김치가 아니라 색깔이 얌전하고 시원한 김치가 많았다. 그게 요즘 트렌드였다”고 말했다. 전통에 대한 연구도 병행했다. 궁중에서 담그던 젓국지(국물이 많은 통배추김치)가 요즘 레스토랑에서 확인한 추세와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프리미엄 김치의 콘셉트가 정해졌다.

식품연구소 내부에서 젓국지 경연대회가 열렸다. 연구원들이 저마다 비밀리에 김치를 담가 출품했다. 회사 소속 셰프들이 심사를 맡았다. 석·박사 논문을 모두 김치를 주제로 쓴 오 부장의 젓국지가 1등을 차지했다.

프리미엄 김치는 재료부터 달라야 한다. 계약재배를 통해 수확한 배추와 무 가운데 상위 20%만 사용했다. 전남 신안산 천일염으로 배추를 절였다. 오 부장은 “대부분 포장김치는 비용 때문에 정제염을 쓴다. 하지만 천일염을 써야 배추 조직 안으로 미네랄이 들어가 ‘가교결합’이 일어나고 아삭한 식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린내가 많이 나는 멸치젓이나 갈치젓 대신 황석어젓을 선택했다. 보통 절인 배추 잎 사이사이에 속을 채워넣으면 끝나는 일반 김치와 달리 황태와 다시마를 우린 육수를 부었다. 가장 시원한 맛을 찾기 위해 황태와 다시마의 비율도 수없이 다르게 해봤음은 물론이다. 누름돌 구실을 하는 뚜껑과 김장독처럼 숨 쉬는 포장을 만드는 데도 전담 연구팀이 들러붙었다.

최고급 재료와 정교한 기술로 탄생한 비비고 궁중배추김치의 가격은 2㎏에 2만4900원(할인점 기준)으로 일반 포장김치보다 2배가량 비싸다. 민석현 팀장은 “그래도 남는 게 없다. 이렇게 만들기 어려운 김치는 남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프리미엄 김치를 개발한 이유는 김치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함이다. 민 팀장은 “지금은 식당에서 김치를 돈 내고 사 먹는 게 이상한 일이다. 다들 김치는 공짜로 여긴다. 그만큼 김치를 푸대접하는 것이다. 우리는 김치가 돈 주고 사 먹는 하나의 메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2년 동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글·사진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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