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페루 리마를 방문 중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페루중앙은행에서 7일(현지시각)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최경환 부총리의 인턴 출신 황아무개씨가 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부당하게 채용된 과정에서 최 부총리가 직접 개입했다는 증언이 처음으로 나오면서, 최 부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진공 채용 비리 의혹은 감사원이 지난 7월 작성한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최 부총리 지역구 사무실에서 4년(2009년 1월~2013년 3월) 동안 인턴사원으로 일했던 황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중진공이 서류점수를 조작하고, 면접 결과를 뒤바꾸는 등 부당한 채용에 나섰던 일이 감사보고서에 상세하게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중진공은 서류전형 결과 2299위였던 황씨의 점수를 고쳐 통과시키고, 면접에서도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해 외부 심사위원이 불합격 의견을 냈지만 결과를 무리하게 뒤바꿔버렸다. 결국 4500명이 지원한 신규 채용에서 황씨를 포함한 지원자 36명이 신입사원 전형에서 최종 합격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박철규 이사장이 신입직원 채용을 부당하게 지시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왜 박 이사장이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채용 비리에 적극 나섰느냐 하는 배경이 밝혀지지 않으면서 외부의 인사 청탁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범규 당시 중진공 부이사장은 사실상 최경환 부총리의 개입일 것이라고 증언했다. 박 이사장뿐만 아니라 공단 내부에서 황씨를 탈락시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는데, 최경환 부총리를 만나러 갔다 온 뒤 합격으로 태도가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김 전 부이사장이 황씨 채용을 놓고 최 부총리 보좌관과 직접 전화 통화까지 한 만큼, 최 부총리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커졌다.
최 부총리의 청탁 의혹은 또 다른 인사담당자의 진술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채용 비리에 핵심적으로 가담한 당시 인사담당 총괄부서장 ㄱ씨는 “(점수 조작 등을 해서라도 황씨를 합격시킨 것은) 조직을 위해 인사라인이 결정한 것”이라고 공단 인사위원회에서 밝힌 바 있다. 이는 공단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가 채용을 청탁해 공단이 조직적으로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었다.
감사원의 태도도 최 부총리 개입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감사원이 2012~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 비리 4건을 적발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3건에 대해서는 청탁한 사람을 특정했지만 유독 최 부총리 인턴 사건에서만 ‘외부’라고 모호하게 표현했다. 김범규 전 부이사장은 본인뿐 아니라 인사팀 직원들도 최경환 부총리가 연루됐다는 사실을 감사원에 진술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최 부총리는 “김범규 증인의 주장과는 상반되게, 박철규 전 이사장은 ‘최경환 의원으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진술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이 무엇인지,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머지않아 명명백백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감 증언 내용은 수사로 확인할 사항”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최 부총리에 관한 중진공 전 부이사장의 국감 진술에 대해 “감사원 자료에는 최경환 부총리의 이름이 없고, 현재는 감사원 자료를 확인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또다른 검찰 관계자는 “감사원 자료는 이사장을 조사해달라는 것이지 최 부총리는 아니지 않으냐. (최 부총리는 아직) 수사 대상이나 피내사자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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