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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쌍 가운데 4쌍 맞벌이 가구
40대와 50대는 절반 넘어
“타임푸어 워킹맘은 늘 죄인”
10쌍 가운데 4쌍 맞벌이 가구
40대와 50대는 절반 넘어
“타임푸어 워킹맘은 늘 죄인”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아. 워킹맘은 늘 죄인이지. 회사에서도 죄인, 어른들께도 죄인, 애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 계속할 거면 결혼하지 마. 영이씨.”
지난해 직장인의 애환을 다뤄 큰 인기를 누린 드라마 <미생>에서 워킹맘의 어려움을 대변한 선지영 차장의 대사다. 일하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지만, 선 차장의 얘기처럼 가사와 육아는 여전히 여성의 몫이다. 이런 현실은 관련 통계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11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배우자가 있는 1182만5000가구 가운데 맞벌이는 518만6000가구(43.9%)로 조사됐다. 부부 10쌍 가운데 4쌍 이상이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해 전인 2013년(505만5000가구)보다 13만1000가구 늘었다. 맞벌이 비율은 40대(51.8%)와 50대(51.3%)가 높았고, 육아 등의 영향으로 20대(37.4%), 30대(42.1%)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역별로 보면, 맞벌이 가구 비율은 제주가 61.5%로 가장 높았고, 전남(56.5%), 경북(53.1%) 등이 뒤를 이었으며 울산(37.9%), 서울(37.8%), 부산(37.3%) 등이 낮았다. 통계청은 “농림어업과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이 많은 지역에서 맞벌이 가구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맞벌이 가구의 가정생활을 들여다보니, 집안일은 여성의 몫이었다.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에 남편이 41분, 아내는 3시간13분으로 조사됐다. 특이한 것은 아내만 취업한 외벌이 가구도 아내는 2시간39분이나 가사노동을 하는 데 반해 일을 하지 않는 남편은 1시간39분만 하고 있었다. 아내는 회사에서 일한 뒤 퇴근해서도 집안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평일뿐 아니라 부부가 함께 쉬는 주말에도 가사 분담은 여성에게 쏠려 있었다. 평일에 남편은 31분만 가사노동을 하지만 여성은 6배 많은 3시간을 하고 있었다. 일을 쉬는 일요일에는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이 늘어나지만 격차는 여전히 크다. 가사노동에 남편은 1시간12분, 아내는 3시52분을 보냈다.
남성들은 대부분의 집안일을 소홀히 했다. 음식 준비에 남편은 8분, 아내는 1시간28분을 투여하고 있다. 청소도 남편은 9분, 아내는 35분을 하고 있었다.
맞벌이를 하는데도 가사 부담이 여성에게 맡겨지는 것은 ‘집안일=아내 몫’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은 탓이다.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2014년 11월), 가사 분담을 ‘아내가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50.2%로 절반을 웃돌았다. 이에 비해 ‘남편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는 2.3%에 그쳤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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