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건 보고 누락 등
이사장과 갈등 누적된 탓 분석
독립 둘러싼 의견차 배경설도
이사장과 갈등 누적된 탓 분석
독립 둘러싼 의견차 배경설도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500조원에 이르는 기금운용을 총괄하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연임시키지 않기로 결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11월3일 임기가 끝나는 홍완선 본부장에 대해 12일 비연임 결정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기금운영본부장의 임기는 2년으로 실적 평가에 따라 1년 더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전임 이찬우 본부장도 한 차례 연임을 했고, 홍 본부장의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 실적(5.25%)도 무난했던 만큼 이번 결정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일부에선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는 기금운용본부의 독립(공사화)을 둘러싸고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 사이에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을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꼽는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려면 기금운용본부를 공단에서 따로 떼어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공사화가 국민연금의 안정성과 민주적 통제력을 훼손하리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최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 독립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홍 본부장은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기금운용본부 독립은 보건복지부와 청와대의 뜻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같은 입장인 홍 본부장을 최 이사장이 일방적으로 경질했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청와대는 최근까지 홍 본부장의 연임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복지부 장관과 청와대 인사들이 최근 최 이사장을 만나 홍 본부장의 연임을 압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한 편에선 홍 본부장이 상급자인 최 이사장한테 보고를 누락하거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쌓인 갈등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다른 공단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홍 본부장이 사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는데, 최 이사장은 합병 이후에 만난 사실만 보고받았다. 또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 기업 투자가 매년 논란이 되자 최 이사장이 재검토를 요구했는데도 홍 본부장이 지시를 따르지 않자 더 이상 기금운용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박수지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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