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과 기술로 우즈베키스탄에 4조3000억원 규모의 가스·화학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수르길 프로젝트’가 10년 만에 완공돼 상업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 우즈베크에 대규모 가스전·화학단지 완성
순수 한국 자본·기술로 건설
싼 원료로 석유화학제품 생산
유럽·러시아 수출 기지 될 듯
순수 한국 자본·기술로 건설
싼 원료로 석유화학제품 생산
유럽·러시아 수출 기지 될 듯
중앙아시아에 한국 자본과 기술로 대규모 가스전·화학산업단지를 짓는 ‘수르길 프로젝트’가 2006년 첫발을 딛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완성됐다. 내년 초엔 공장이 본격 가동돼 중앙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러시아 시장 등을 겨냥하게 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1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우즈베키스탄 가스전 화학단지 건설 사업이 완공돼 공장을 시험 가동중이며 2016년 1월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겐트에서 서북부 쪽으로 900여㎞ 떨어진 수르길 지역에 가스전 개발 시설을 구축하고, 가스관을 통해 110㎞ 떨어진 우스튜르트 지역에 가스를 공급해 각종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총 사업비 4조3000억원(약 38억9000만달러)이 투입됐다.
한국가스공사(22.5%)와 롯데케미칼(24.5%), 지에스 이앤아르(GS E&R·3%)로 꾸려진 한국 기업 컨소시엄은 우즈베키스탄 국영석유가스회사가 50 대 50으로 지분을 투자해 합작법인(Uz-Kor Gas Chemical LLC)을 만들어 사업을 추진해왔다. 약 30만평(90여만㎡) 규모인 공장 설계와 건설도 삼성엔지니어링·현대엔지니어링·지에스(GS)건설 등 한국 기업들이 맡았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는 “국내 엔지니어링사들과 손잡고 석유화학의 불모지에 가깝던 중앙아시아에 국내 최초로 대규모 석유화학 공장을 건설하게 됐다”며 “국내 최초로 석유화학 기술을 해외로 수출했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르길 프로젝트는 기업들의 일반적인 해외진출과 달리 정부 사이 교감 아래 진행된 사업이다. 2006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카리모프 대통령과 두 나라 사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논의가 시작됐다. 새 시장·자원 확보와 국가 기간산업 구축이 절실했던 두 나라 정부 사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10년에 걸쳐 사업이 추진돼 온 것이다.
내년 상업생산이 시작될 예정인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과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은 중앙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아프리카, 옛 소련 지역, 중국 서부 등지로 수출될 전망이다. 회사 쪽은 원료(가스)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데다, 천연가스 채굴부터 분리, 수송 및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가 이뤄져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 쪽은 “사막의 높은 기온과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지옥의 첫 관문’이라고 할 정도로 열악한 현장 여건 속에서, 국내 엔지니어링사들이 완벽한 공정을 진행해 한국 건설 기술의 위상을 한층 드높였다”며 “우즈베키스탄으로서도 건국 이후 최초로 대규모 에너지산업시설을 보유하게 돼 국가 기간산업 발전의 큰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사와 함께 북미 셰일가스의 에탄에서 에틸렌을 추출해내는 2조9000억원 규모의 에탄크래커 사업에도 진출해 2018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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