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서영교 의원 공단 자료 분석
최경환 부총리의 초선 의원 시절(2004년~2008년 5월) 그의 운전기사(7급 비서)로 일한 ㄱ씨가 2010년 8월 중소기업진흥공단 정규직으로 채용된 것을 두고 ‘취업 청탁’ 의혹이 일자, 최 부총리 쪽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으나 실제로는 ㄱ씨가 유일한 사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공단에서 청소·경비·시설관리 용역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최 부총리의 운전기사 출신인 ㄱ씨 외에는 없었다. ㄱ씨는 2008년 공단 대구경북연수원 시설관리 용역직원으로 입사해 2009년 무기계약직(정년은 보장하되, 노동조건이 정규직보다 낮음)으로 전환된 뒤, 2010년 8월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용역노동자로 입사해 2년 만에 용역업체를 관리하는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 것이다. ㄱ씨가 일하고 있는 대구경북연수원은 최 부총리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 있다.(▶[단독] 최경환 전 운전기사도 중소기업진흥공단 취업)
이에 대해 최 부총리 쪽은 자료를 내어 “속된 말로 국회의원 ‘빽’을 썼으면 소규모 외주 용역회사 직원으로밖에 못 보내겠는가. 정당한 방법으로 입사한 것이다. 참여정부 이후 공공기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많이 전환됐다. ㄱ씨의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일하는 청소·경비·시설관리 용역노동자는 2008년 122명, 2013년 130명, 2015년 157명으로 계속 늘어났지만 정규직 전환은 최 부총리의 운전기사 출신 ㄱ씨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 개선 추진 지침’에도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용역노동자는 대상에서 빠져 있다.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시장의 강한 의지로 청소 등 용역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단체 전환한 사례는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특정한 시설관리 용역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경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관련 경력이 없을 뿐 아니라 나이도 많아 신규나 경력 채용은 어렵다고 판단해 일단 용역으로 뽑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며 “ㄱ씨가 ‘최경환의 힘’으로 정규직이 됐다는 사실은 대구경북연수원에선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서영교 의원은 “점수를 조작해 최 부총리의 인턴 출신인 황아무개씨를 합격시키고, 운전기사를 이례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석연치 않은 채용이 계속됐다”며 “이들의 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청탁이 없었는지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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