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창훙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장은 “‘뉴노멀’에 들어선 국면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불가피한 경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8~29일 열리는, 한겨레신문사 주최 제6회 ‘아시아미래포럼’ 중국세션(28일)에서 중국경제 현황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한다. 중국사회과학원 제공
[2015 아시아미래포럼] 페이창훙 중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장
“중 성장둔화는 ‘뉴노멀’ 상황
‘경착륙’ 가능성은 거의 없어”
“중 성장둔화는 ‘뉴노멀’ 상황
‘경착륙’ 가능성은 거의 없어”
“중, TPP 개방적으로 바라봐…AIIB는 아시아 운명 공동체” 기조 연설 맡은 페이창훙 중국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장 올해 아시아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은 중국 경제의 동향과 미래이다. 중국은 지난 8월말 현재 우리나라 수출과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5.5%와 20.0%로, 미국(13.3%, 10.1%)과 일본(4.9%, 10.5%)을 합친 것보다도 더 큰 시장이다. ‘뉴노멀’ 국면에 들어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서구 경제분석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국발 세계경제 위기설’은 정확한 진단인가? 페이창훙 소장은 그러나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놓고 여러 견해가 존재하지만 지금은 안정적이면서 정상적인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경착륙’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못박았다.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며, 중국 정부나 통화당국은 위험이 현실화하더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장세 둔화를 경제발전 단계상 불가피한 경향이라며 “이에 맞서 역전시키려 하기보다는 순응해야 할 일종의 ‘객관적인 법칙’이다”라고 말했다. 또 중국 경제의 주요 하방 압력 요인으로 설비와 같은 고정자산 투자와 상품 수출의 둔화를 꼽았다. 올 들어 8월까지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10.9%이고 수출입 성장률은 -7.7%였는데, 수출만 보면 지난해 동기 대비 -1.6%였다. “수출 부진은 침체에 빠진 채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세계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유럽연합·일본 등 주요 선진권의 수요 침체 때문에 전세계 교역신장률은 2012년 이래 3년 연속 세계 경제 성장률보다 낮다. 세계 교역이 위축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가 하방 압력을 받는 건 당연하다.” 중국 성장 둔화 불가피한 경향
세계 무역규모 줄면서 수출 감소
노동력 공급이 끌어온 성장
인구배당효과도 내년부터 사라져 고정투자 증가율의 둔화는, 철강·화학·시멘트 등 주요 산업의 설비 및 생산 과잉이 심각하며 일부 제조업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투자 여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의 과잉공급은 더욱 심각해 2012년 이후 주택 건설투자의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투자 위축에 따라 생산자물가지수는 4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 ‘디플레이션 징후’까지 나타나고 있다. 페이창훙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 경제의 활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2%대를 유지하고 있는 소비자물가 수준, 첨단기술과 서비스 분야의 신규 투자 증가, 비교적 안정적인 고용 여건, 올해 상반기 기준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7.6%에 이르는 등 가계소득의 꾸준한 증가 등이 낙관론의 근거다. 다만 그는 “단기적으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4조위안이나 투입된 경기진작 정책의 효과가 소멸되는 시점이며, 장기적으로는 2012년까지 35년간 지속된 연평균 10%에 가까운 고속 성장세가 멈추는 단계에 들어서 있다. 이는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경제목표는 급속성장 아닌
‘높지만 중간 수준의 성장’
소비가 새 경제 원동력으로 부상
외국인 투자도 여전히 높아 ■ 내년부터 ‘인구보너스 효과’ 사라져 페이창훙 소장은 1980년대 이래 중국 경제의 주요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였던 이른바 ‘인구배당(인구보너스) 효과’도 내년부터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배당이란 생산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14살 이하 어린이 또는 65살 이상 노인에 대한 부양률이 줄어들면서 저축률이 상승하고 경제성장이 촉진되는 효과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중국 경제성장률의 상당 부분을 인구보너스 효과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페이창훙 소장은 이제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요소투입형 성장전략’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인구보너스 효과는 초기 산업화 진행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 증가와 함께 일어났다. 그러나 이제는 대규모 투자에 동원될 토지나 천연자원이 거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대도시 인근 지역의 가용토지들도 희소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맞춰 중국 정부의 거시정책 방향과 목표도 달라졌다. 페이창훙 소장은 “시진핑 시대 개막과 함께 중국 경제는 경제발전 과정에 부합하는 새로운 목표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경제발전 추세를 적절히 관리·운용하고 있다”며 “이제 목표는 더 이상 급속 성장이 아니라 ‘높지만 중간 수준’의 성장”이라고 말했다. 이 수준을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연평균 성장률 6~8%로 설정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이 범위 안에서 탄력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페이창훙 소장은, 특히 민간소비가 중국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점을 들어 “중국 경제는 견고한 편”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수(국내 투자 및 소비), 특히 가계소비 증가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소매판매액은 올 들어 8월까지 지난해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소비는 안정적 성장의 기반이다.” 실제로 민간소비는 올 들어 8월까지 중국 국내총생산의 60%를 차지하며, 투자보다 성장기여도가 더 높았다. 그는 중국 경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대는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올 들어 8월까지 외국인투자기업 등록건수가 모두 1만682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증가했고, 투자 계약 금액도 1조2511억위안으로 34.8%나 증가했다. 증시 조정과정 거의 끝나가
위안화 장기적인 가치절하 없을 것
중국·미국 모두 세계경제 기여할때
서로 비난해서는 안돼 ■ “중국은 티피피에 개방적·포용적” 페이창훙 소장은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과 관련해 “중국은 티피피를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로 보고 있다”며 “중국이 티피피 때문에 고립되는 일은 벌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거대한 자국 시장을 갖고 있고 세계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중국 시장이 없어진다면 온전한 세계 시장도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해야 할 역할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중국은 티피피를 통해 좀더 적극적인 개방에 필요한 협력적인 기회와 새로운 국제규범을 받아들이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티피피가 체결되면 중국의 일부 산업이 아시아·태평양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될 수 있겠지만 이것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은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이창훙 소장은 지난 8월말까지 이어진 중국 주식 시장 폭락 현상과 관련해 “조정 과정은 이제 거의 끝났다”고 내다봤다. “지난 6월 이후 상하이 주가 폭락은 초기 주가 급등을 뒷받침할 실물경제의 기초 여건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중국 통화당국은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막기 위해 다양한 수단과 채널을 동원했다. 이런 선제적 대응으로 중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실물경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 “위안화 평가절하 발생 않을 것” 한국 수출기업들에 매우 중요한 국제 가격변수인 위안화 움직임에 대해 그는 “위안화는 장기적인 평가절하 국면에 돌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현재 위안화 가치 하락 폭은 외환시장의 수급을 반영하면서 ‘기대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8월에 중국 인민은행이 중기 수준의 위안화 고시환율을 경제와 시장의 펀더멘털을 좀더 잘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정한 뒤 외환시장은 여전히 조정 과정에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시장에서 외환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어나고 있다. 외화자금의 유출이 지속되고 있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위안·달러 환율은 안정적이고,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실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니다. 여전히 경상수지는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위안화의 장기추세적 평가절하 요인은 없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세계 경제질서 패권과 관련해,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점을 지적하면서 “모든 경제권들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은 각국 모두 세계 경제를 위한 기여를 해야 하고 서로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일본·유럽연합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한 통화 평가절하를 무기로 자국 수출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작금의 국제 ‘통화전쟁’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는 2008년 금융위기가 중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이에 따른 미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라는 이른바 ‘국제 불균형’에 의해 초래됐다는 경제분석가들의 의견에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2008년 위기는 생산과 소비에서 불균형적인 경제구조, 금융산업의 과도한 팽창과 탐욕, 나아가 금융시장 규제 부재 등 미국 경제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제 불균형은 아시아 개도국 경제의 과도한 수출을 의미하는데, 이 말이 맞는다면 아시아 개도국과 중국의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데도 왜 세계 경제는 여전히 국제 불균형으로 고통받고, 유로존 국가들이 부채위기를 겪고 있는 것인가?” 그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기존 국제금융기구들에 대항하는 아시아 지역경제의 ‘운명 공동체’ 성격을 지닌다고 말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시험은 ‘어떻게 상호 신뢰의 거버넌스 구조를 구축할 것인가’, ‘운명 공동체, 이익 공동체, 책임 공동체라는 세 가지 공동체를 확립할 것인가’, ‘어떻게 마찰을 줄이고 내부 거래 비용을 줄일 것인가’가 될 것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기존 국제금융기구의 경험을 답습하는 데서 벗어나 이 기구들이 초래해온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조계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동향분석센터장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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