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에스디제이(SDJ)코퍼레이션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본사 방문…일본쪽 음모론 제기
타협 통한 분쟁 해결 의사 밝혀
롯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
타협 통한 분쟁 해결 의사 밝혀
롯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
지난주부터 국내 언론사를 방문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인 임원들에 의한 롯데그룹 경영권 탈취 가능성을 제기하며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만이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그룹 쪽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26일 <한겨레>를 방문해 현재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 함께 롯데홀딩스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쓰쿠다 다카유키와 최고재무책임자(CFO) 고바야시 마사모토 등 일본인 임원 2명이 롯데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와 나를 축출할 수 있었던 것은 쓰쿠다 사장, 고바야시 시에프오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 임원지주회, 관계사의 임원지주회 등을 통해 롯데홀딩스 지분 53.3%를 지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변심하면 롯데그룹을 통째로 자기들 것으로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롯데는 한국 기업이 아니라 일본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신동빈 회장도 이런 위태로운 상황을 모를 리 없지만, 중국 사업 실패로 약점을 잡혀 이들과 결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중국 사업을 반대했다. (동생은)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진출했고, 백화점이나 마트 등 유통사업뿐만 아니라 대규모 복합상권을 건설하는 부동산 프로젝트를 중국과 베트남에서 벌였다. 그런데 중국에 경기침체가 오고 부동산 가치가 폭락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약 1조원에 이르는 유통사업 영업손실보다 부동산 쪽 부실이 훨씬 크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아버지에게 알려지면 쫓겨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와 아버지를 축출하는 위험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의 주장대로 일본인 경영진이 이미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면 그가 요구하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복권 등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에 대해 민유성 에스디제이(SDJ)코퍼레이션 고문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창일 때에는 (그들이) 꿈도 못 꿨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작은아들이 앞에 서서 명분을 주니까 (쿠데타를) 한 것이다. 창업자이기 때문에 일본 문화에서 명분이 없으면 총괄회장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또 동생과의 타협을 통해 경영권 분쟁을 해결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주주총회나 소송을 통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동생과 협상을 통해 풀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과의 타협 여지에 대해 신동빈 회장은 “화해는 할 수 있지만 가족 간의 일과 경영은 별개 문제”라며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 롯데그룹은 “기업의 경영권은 개인의 의사만으로 결정될 수 없으며 주주와 임직원들의 지지와 상법상의 적법절차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신동빈 회장은 주주와 임직원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아 경영활동을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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