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이어 화학을 롯데 핵심 축으로”…신동빈의 ‘거침없는 M&A’

신동빈 회장

삼성 화학부문 3조에 인수 계약
화학 매출 20조…그룹 전체의 1/4

유통에 이어 화학을 롯데그룹의 핵심 축으로 키우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구상이 국내 화학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을 성사시켰다.

롯데그룹은 30일 삼성에스디아이(SDI)의 화학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롯데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정밀화학의 지분 31.5%(삼성BP화학 지분 49% 포함), 삼성에스디아이 케미칼사업부문을 분할해 신설하는 법인의 지분 90%를 3조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롯데는 인수되는 회사 임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주요 인수·합병(M&A) 현황

롯데는 이번 빅딜의 결과로 규모의 경제 실현을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수직계열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가 가능하게 됐다. 기존 석유화학에 이어 정밀화학 분야에 새롭게 진출해 종합화학기업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권영배 연구원은 “가격이 부담스러운 면은 있지만 시너지도 있고 좋은 딜이다. 삼성에스디아이는 롯데케미칼에 없는 고부가합성수지(ABS) 생산부문이 있고, 롯데케미칼은 고부가합성수지 원재료가 다 있다. 수직계열화가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롯데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14조9000억원이며 이번에 인수하는 3개 회사의 매출 4조3000억원을 합치면 화학분야 매출 규모가 2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지난해 롯데그룹의 전체 매출은 약 81조원이었다.

신동빈 회장이 1990년 한국 롯데 경영에 처음 참여하면서 발을 들인 회사가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이었다. 이후 신 회장은 석유화학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왔다. 2003년 엘지(LG)화학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산유화(현대석유화학 2단지)를 인수했고, 2004년에는 케이피(KP)케미칼을 인수했다. 또 2009년에는 영국 아테니우스사의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및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생산 설비를 인수해 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을 확보했고, 2010년엔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석유화학기업인 말레이시아의 타이탄을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금액이 3조원에 이르는 이번 계약은 국내 화학업계 사상 최대 규모이자 롯데그룹의 역대 기업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인수는 신동빈 회장의 입지를 과시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금액 3조원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해까지 맡아온 일본 롯데의 전체 매출과 맞먹는 금액이다. 일본 롯데는 여전히 제과가 주력 사업이다.

공교롭게도 신동빈 회장은 이날 690억원을 들여 롯데제과 주식 3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매입해 개인 지분율을 기존보다 2.1%포인트 늘어난 8.78%까지 늘렸다고 공시했다. 형제는 2013년부터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 지분을 조금씩 늘려왔다.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은 3.96%,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6.83%다.

유신재 김효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