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국 경제·사회 여건 지수 비교
정부 자금지원 치중한 정책으로
과다진입, 경쟁 갈수록 심해져
정부 자금지원 치중한 정책으로
과다진입, 경쟁 갈수록 심해져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이 경제·사회적 여건을 고려할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펴낸 ‘자영업자 지원 사업 평가’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을 경제·사회적 여건을 반영해 비교 분석했다.
1일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23.2%로 그리스(31.8%), 멕시코(27.5%), 터키(23.9%), 이탈리아(23.7%)에 이어 5번째로 높다.
하지만 1인당 국민총소득(GNI), 실업률, 여성 실업률, 조세 부담률, 인구 부양비 등 경제·사회적 여건을 고려해 평가해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및 비임금 근로자의 비중 지수는 그리스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경쟁 상황에 처해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실증적 분석을 통해 한국에서 자영업자 비중이 과도하게 커진 데는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 정책이 방향을 잘못 잡은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2007~2013년 중소기업청의 자영업자 지원사업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시장시설 현대화사업과 시장경영혁신 지원사업에 대한 재정 지출이 실제로 자영업자 비중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소상공인 실태 조사’와 통계청의 ‘가계 금융복지 조사’를 살펴보면, 우리 자영업자의 월 매출은 2010년 평균 990만원에서 2013년 877만원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부채는 평균 7132만원에서 8858만원으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자영업자들의 경영 상황이 이처럼 악화한 배경에는 경기침체라는 거시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과다 진입으로 인한 경쟁 심화 문제도 있다”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정책이 실업 문제 해소 대책의 하나로 추진돼 온 결과, 창업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 위주로 이뤄져 왔다. 그 결과 준비되지 않은 자영업자가 양산되었고, 이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한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정부는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자영업들을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업종이나 유망 업종으로 유도하고 창업을 위한 철저한 사전준비를 지원하는 등 자영업 경쟁 과다 방지를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또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자영업자의 경우 신기술 유망 업종으로 변경을 유도하거나 자영업 퇴출 뒤 임금근로자로 전환하도록 하는 등 효과적인 정책 지원을 통해 폐업 자영업자들이 저소득층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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