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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스마트폰 분실 뒤 구입·교체 서비스 체험한 기자 ‘왕피곤’

등록 2015-11-02 21:01수정 2015-11-03 16:34

온라인 쇼핑몰서 기기 구입
유료 공인인증서만 사용 가능
개통 뒤 다른 기기로 바꾸려하자
고객센터, 없어진 대리점 안내
항의하자 ‘무료통화’ 주겠다며
“협상은 없다”고 싫으면 말고 식
담당자 찾는 데만 몇시간 진빠져
며칠간 이어진 ‘뺑뺑이’에 한숨만
얼마 전 예기치 않은 사고(?)로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분실했다. 3년 가까이 사용한 만큼 이번 기회에 단말기를 교체하기로 했다. 가입 통신사인 에스케이텔레콤(SKT)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을 직접 구매하고, 단말기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신청했다. 그 직후에 새 스마트폰이 생겨 며칠 만에 다시 기기를 교체하게 됐다. 며칠 사이에 단말기 구입→개통→교체 과정을 거친 셈인데, 이 과정에서 일어난 여러 해프닝은 대한민국 1등 통신사의 고객 서비스 수준을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유료 공인인증서 사용 강요

2015년 10월16일 오전 SK텔레콤이 운영하는 휴대폰 쇼핑몰 ‘T월드 다이렉트’에서 삼성 갤럭시J5를 구매했다. 구매대금 29만7000원은 계좌이체로 즉시 결제했다. 주문을 완료하려면 휴대전화, 공인인증서, 아이핀 중 한가지를 선택해 본인확인 절차를 밟아야 했다. 기존 스마트폰은 분실했고 아이핀은 사용하지 않는 만큼 공인인증서를 선택했다. 그런데 특정기관에서 발급한 유료 인증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뜨는 게 아닌가.

 10여년 동안 무료 공인인증서로 아무런 문제없이 인터넷뱅킹이나 다른 사이트에서 본인인증을 받아왔는데, 왜 스마트폰 사는 데 유료 공인인증서가 필수일까? 이번 한번 쓰자고 유료 공인인증서 발급받으려면 수많은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또다시 본인확인 절차도 밟아야 하지 않겠나? 일단 SK텔레콤 고객센터(114)로 전화해 이유를 물었다. “고객님, 그건 보안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럼 은행은 보안이 덜 중요해서 무료 공인인증서로 인터넷뱅킹을 할 수 있게 하나요?’라고 묻자, 상담 직원은 “그런 뜻은 아닙니다”며, 홈페이지 말고 전화상으로 본인확인을 받으면 된다고 안내해줬다. 권유 받은 대로 T월드 다이렉트 쪽에 전화를 걸어 본인확인을 거친 뒤 주문을 완료했다.

있지도 않은 대리점 안내

이튿날 갤럭시J5가 배송됐다. 회사 체육대회가 열리는 운동장 한켠에 앉아 안내서를 봐가며 개통에 성공했다. 그런데 체육대회 뒤 경품추첨 때 가족이 갤럭시S6에 당첨되는 게 아닌가. 결국 귀찮음을 감수하고서라도 다시 갤럭시S6로 기기를 바꾸기로 했다.

 21일 오후에야 잠시 짬을 내 갤럭시S6로 바꿔타기에 나설 수 있었다. 일단 고객센터로 전화해 근처 대리점을 안내받았다. 시간이 촉박해 차까지 끌고 안내받은 곳으로 찾아갔는데, 빌딩을 아무리 둘러봐도 SK텔레콤 대리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차장 직원에 물었다. “SK텔레콤 대리점요? 이사간지 오랜데요?” 헉~.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 황당함을 호소했다. 상담 직원은 연신 “고객님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제가 허비한 시간과 비용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자 곤혹스러운 침묵이 이어졌고, 결국 ‘회사에서 어떻게 해줄 것인지 알아보시고 연락주세요’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다시 안내받은 대리점을 찾아가 기기를 교체할 수 있었다.

이거 받거나, 싫으면 관둬라

이튿날 ‘팀장’이란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라는 영혼 없는 사과 멘트와 함께 “성의 차원에서 무료통화 100분 정도에 해당하는 만원가량 요금 혜택을 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잠시 생각한 뒤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고 하자, “고객님이 안된다고 해도 뭘 더 해주고말고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협상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저희 성의 표시에 만족하시지 않는다면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혹 나중에 생각이 바뀌어 다시 연락을 주면 100분 무료통화 요금 혜택은 제공해주겠다고 ‘선심’을 썼지만, 불쾌함을 참을 수 없었다.

 해서 팀장이란 분한테 분명하게 말했다. “보상받아 부자되려고 이러는 것 아닙니다. 솔직히 10만원, 100만원씩 보상받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엉뚱한 곳을 안내해주는 바람에 헛걸음을 하고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뭐 던져주듯이 요금 만원 깎아주겠다고, 싫으면 말고란 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그래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요. 보상 문제는 협상할 사안이 아니어서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맘이 바뀌시면 다시 연락주시면 요금 할인은 해드리겠습니다.”

어떤 기준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고 하자 “지금 통화하고 계시는 팀장의 역량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란 묘한(?) 답이 돌아왔다.

 “상급자랑 통화할 수 있을까요?”

 “제가 팀장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 상급자는 없고, 고객님이 이 문제로 더 통화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결국 만원 요금할인, 이거 먹고 떨어지든지 관두든지 알아서 하란 말이네요.”

 “그건 고객님 해석이고, 저는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습니다.”

 결국 ‘알았다’란 말과 함께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더러워서라도 만원 할인은 안받기로 했다.

 

목마르면 고객이 우물 파라?

다음은 구입한 지 사나흘 만에 공기계가 된 갤럭시J5의 처리가 문제였다. 마침 “요새 사용하고 있는 전화기(갤럭시S2)가 이상해졌다”고 말씀하신 어머니가 생각나 전화를 드렸고, 흔쾌히 그러자고 하셨다. 24일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와 함께 SK텔레콤 대리점을 찾았다. 쓰던 번호 그대로 기기만 갤럭시J5로 바꾸고, 단말기 지원금이 없으니 사용기간 약정을 하고 요금할인을 받겠다고 했다.

 본사 승인 등 절차를 밟느라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돌아온 말은 “고객님, 이 기기 할부가 걸려 있네요. 이걸 먼저 해결해야 기기 교체가 가능합니다”였다. 황당한 마음에 ‘내 손으로 29만7000원을 송금하고 구매했는데, 할부라니 웬 말이냐?’라고 되물었다. 직원은 “하여튼 전산에는 그렇게 떠요”라며 단말기 화면까지 보여줬다. ‘뭔가 잘못 처리된 것이니 사정을 알아보고 전화해달라’며 자리를 떴다.

 한두시간쯤 지난 뒤 대리점에서 연락이 왔다.

 “T월드 다이렉트 쪽과 통화를 해봤는데 그쪽에서도 확인이 안되니 주말 지나 고객님이 직접 전화를 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문제 파악이 안된다는 것도 그렇고, 그쪽 잘못인데 왜 제가 전화를 해야 하는 건가요?”

 “안 그래도 저희도 고객님 전화번호를 남기려고 했는데, 무조건 받을 수 없다며 고객한테 월요일에 그냥 상담센터에 전화하라고 말하란 거예요. 저희도 담당자 찾느라 정말 여러 사람 거쳐서 통화를 했거든요. 솔직히 저희도 언성 높이며 전화를 끊었네요. 죄송한데 방법이 없으니, 월요일에 상담센터에 전화해보시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오전 내내 전화 뺑뺑이

26일 출근해 우선 ‘증거’를 찾기 위해 (무료 공인인증서로 본인확인 절차를 밟아!) 인터넷뱅킹 송금기록을 확인했다. 16일 T월드샵으로 29만7000원이 빠져나간 게 확실했다. 그런데 웬걸! 4일 뒤인 20일 T월드샵에서 29만7000원을 다시 송금해온 기록이 있었다. 결제한 돈을 돌려준 뒤 할부처리 됐다며 매달 요금을 내란 말인가?

 SK텔레콤 상담센터(114), ‘T월드 다이렉트’ 상담사, ‘T월드 다이렉트’ 해당 파트 직원을 순차대로 찾아 통화하느라 진이 빠지고 있었다. 한참 동안 ‘도를 닦는 마음으로’ 전화 뺑뺑이를 돈 뒤 드디어 오후에 갤럭시J5를 구매할 때 전화상으로 본인확인을 해줬던 직원과 통화할 수 있었다.

주문 접수보다 결제가 최우선

이 직원과 한참을 통화한 뒤에야 문제의 원인이 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에서 본인확인을 하지 않는 바람에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결제와 가입신청은 다 취소됐고, 직원과 통화해 본인확인 뒤 새롭게 갤럭시J5 구매 절차를 밟은 것으로 처리됐던 것이었다. 홈페이지에서의 대금 결제는 취소돼 환불되고, 전화상으로 주문한 갤럭시J5 대금은 할부로 청구됐다는 얘기였다.

 그러고 보니 결제→가입신청서 작성→본인 확인→주문 과정을 거치도록 한 구매 절차가 이상했다. 과일가게에서 사과를 사먹는데, 돈을 내고 결제가 된 뒤에야 무슨 사과를 살지 얘기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상식대로라면 신청서 작성→본인 확인→대금 결제→주문 완료 순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 직원도 “전체 상황을 파악하고 보니, 고객님으로서는 오해하시고 (화나고) 그럴 법하네요”라면서도, 왜 결제 우선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다만 이 직원은 “귀찮더라도 SK텔레콤 안내센터에 전화해 단말기 대금을 일시불로 결제하면 된다”고 안내해줬다. 시키는 대로 다시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대금을 결제한 뒤,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이제 기기변경하러 가시라’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머릿속에 유료 공인인증서 사용 강요, 사라진 대리점 안내, 싫으면 관두란 고압적인 태도, 며칠 동안 이어진 전화 뺑뺑이 등 스트레스 만빵이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한숨이 밀려왔다. ‘이걸 바꿔, 말아~’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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