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 기소 파장
포털·이통사 “검찰 잣대 적용땐 죄다 걸려”
문자·메신저·카톡·네이버밴드 등
음란물 전송 차단에 비상 걸려
“사진속 살색 비중따라 거르지만
100% 막는 건 어불성설” 항변
감청영장 거부 검찰에 밉보인 탓?
법조계에선 “보복성 기소” 뒷말
포털·이통사 “검찰 잣대 적용땐 죄다 걸려”
문자·메신저·카톡·네이버밴드 등
음란물 전송 차단에 비상 걸려
“사진속 살색 비중따라 거르지만
100% 막는 건 어불성설” 항변
감청영장 거부 검찰에 밉보인 탓?
법조계에선 “보복성 기소” 뒷말
이석우(50) 전 카카오 대표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유포를 제대로 막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되자 인터넷 기업, 이동통신사 등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끼리끼리 소통하는 폐쇄형 서비스 ‘카카오그룹’에 올라온 음란물에 대해 카카오가 취한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검찰의 판단이 업계 전반에 적용될 경우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단톡방, 클라우드, 문자메시지도?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4일 이 전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며 밝힌 혐의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과 음란물 온라인서비스 제공이다. 현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7조를 보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발견, 삭제하기 위한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 땐 3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검찰의 기소 결정에 업계가 술렁이는 것은 비슷한 논리가 적용되면 문제가 될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음란한 내용의 문자, 사진, 동영상, 인터넷 주소 링크 등은 이동통신사의 문자메시지나 멀티미디어서비스(MMS), 인터넷 기업의 메신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라우드 서비스 등 거의 모든 공간에서 오갈 수 있다.
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이 논리대로라면 한 사람이 문자메시지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한 사진을 여러 명에게 전송했을 때 이를 막지 못한 이동통신사 대표를 기소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카카오그룹이나 네이버 밴드 같은 모임 안에서 오가는 모든 콘텐츠에 대한 강도 높은 감시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라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사진 속 살색 비중까지 검사하는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기소 이유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메신저, 커뮤니티, 클라우드 등 여러 통로로 사진, 동영상, 링크 등 수많은 콘텐츠가 오고 가는데 인터넷 기업이 어디까지 감시하고 걸러내야 충분히 노력한 것인지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한 포털 업체 관계자는 “기계적으로 음란한 용어를 걸러내는 것은 물론, 사진 속에 이른바 ‘살색’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서도 걸러내는 등 인력과 기술을 동원하고 있지만 음란물이라는 게 워낙 명확한 기준이 없어 다 찾아내기란 어렵다”며 “어디까지 인터넷 기업의 책임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음란물의 범위와 내용이 불분명한 것도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는 “개인들끼리 주고받는 문자라 해도 음란하거나 광고성 문자 등에 대해 금지어를 걸어두고, 악성 링크 정보를 수집해 차단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음란물의 경우 100% 막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금지어 검열, 악성 링크 대조, 사용자 신고제 운영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도 폐쇄형 서비스 안에서의 음란물을 더 걸러내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이용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정도의 검열을 하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무리한 기소’ 논란은 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과 관련해 검찰이 포털 등 인터넷 기업을 상대로 기소를 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양홍석 변호사는 “파일을 공유하는 피투피(P2P) 회사도 게시물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일정 정도 노력을 해야 허가를 내주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음란물을 걸러내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국 이번 기소 결정이 업계에 주는 메시지는 포털 등 인터넷 기업이 정부에 밉보이면 이렇게 당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업계에서의 형평성, 음란물 감시의 어려움, 법인이 아닌 대표 기소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볼 때 법원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처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예상하며 “그런데도 검찰이 기소를 한 것은 아무리 봐도 이 전 대표가 카카오톡 감청 영장 거부 결정을 했던 것에 대한 보복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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