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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문화 향유권’ 돕는 사회적 기업, 공동체 성장 이끈다

등록 2015-11-08 20:22수정 2015-11-08 20:23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215곳…빠른 증가
‘모두를위한극장’, 대안 영화 배급·상영
협동조합 ‘자바르떼’, 창작자 ‘재생산’ 도와
문화예술 사회적협동조합 연합 곧 발족
“정부·지자체에 지원방식 개선요구할 것”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모극장)이 열었던 ‘랩탑영화제’ 모습. 모극장은 영화를 보기 어려운 시민들과 공동체를 찾아가 상영하는 대안적 영화 유통 및 배급 사업을 펼치고 있다.  모극장 제공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모극장)이 열었던 ‘랩탑영화제’ 모습. 모극장은 영화를 보기 어려운 시민들과 공동체를 찾아가 상영하는 대안적 영화 유통 및 배급 사업을 펼치고 있다.  모극장 제공
#장면1. 전남의 한 지역에 사는 50대 중반의 부부. 그들은 경제적으로 큰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주말에 시간 여유가 있는 때면 텔레비전 앞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지켜보고 있는 텔레비전에선 1000만 관객이 본 영화 소식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그 1000만명 가운데 그들 자신과 이웃들은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 ‘국민 영화’라고 칭송하는데, 그 국민 영화를 쉽게 볼 수 없는 지역의 국민들은 마치 ‘국민’이 아닌 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다.

#장면2. ‘중식이’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서울 홍익대학교 앞에서 인디 밴드를 하며 살아가는 ‘중식이’는 그의 절절하면서도 유머가 있는, 그러면서도 어딘가 슬퍼지는 노래를 부른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중식이’의 인기 요소는 노래가 물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그가 처한 현실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주말에 공연이 잡히면 노래를 하고 그 외 시간에는 배달 전문 참치집에서 일한다.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생업이 그의 예술활동에 방해가 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온전히 그의 일상을 ‘예술’ 창작에 쓰일 수 있게 한다면?

이런 두 장면이 한국 문화예술의 현재를 다 대변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적어도 양극단의 모습을 드러낸다. 양극단 중 한쪽은 문화예술에 소외된 시민, 다른 한쪽은 빈곤한 경제적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문화예술 창작자다. 이러한 양극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편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에 최근 가장 활발한 영역이 사회적 경제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문화예술분야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집계를 보면, 문화예술분야 인증 사회적 기업은 2015년 11월 현재 215곳에 이른다. 사회적 기업뿐 아니라 사회적 협동조합, 일반 협동조합 등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크게 늘어난다. 문화예술분야 사회적 경제의 참여 주체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고, 여러가지 다양한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해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문화 다양성에서 소외되고 있는 ‘취향 소외자’들이 발생하고 있죠. 문화 다양성 향유권이 점점 없어지고,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김남훈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모극장) 상임이사는 말했다. ‘취향 소외’라는 단어가 귀에 확 꽂힌다. 그는 영화 관련 일을 하다, 대자본·대기업에 잠식된 영화 배급 관행을 벗어난 대안적인 영화 배급 및 상영을 위한 일반 협동조합 ‘모극장’에 합류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스크린이 하나도 없는 곳이 45%에 이른다. 그런데 한국인은 1년에 영화를 평균적으로 4.6편 본다. 세계 1위다. 스크린이 도시에 집중되다 보니 문화의 향유권과 다양성 측면에서 소외되는 시민들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김 상임이사가 말하는 대자본의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역시 대기업이 수직계열화하여 만든 그들의 영화가 대부분이다. 영화 내용의 측면에서도 ‘다양성’은 크게 잠식당하고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김 상임이사는 지적했다. 그를 비롯한 30여명의 조합원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취향 소외 지역을 직접 찾거나 지자체의 문화단체와 함께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유통하고 상영해오고 있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모여든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의 ‘자바르떼’는 문화예술을 통한 어울림을 추구한다. 자바르떼의 조합원은 생산자, 소비자, 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예술인들이 자신들의 전문 분야를 강의하고 그 수익을 얻어갈 수 있도록 하고, 문화예술 행사나 축제 등을 기획한다. 시민들에게 양질의 문화예술 교육 및 축제 콘텐츠를 제공하고 그 수익은 그 콘텐츠를 제공한 예술인에게 돌아가는 식이다. 문화예술 분야 창작자들이 작업과 창조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재생산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동근 자바르떼 대표는 최근 자바르떼를 비롯한 문화예술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를 준비하고 있다. 모두 여섯 군데의 사회적 협동조합이 함께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단기간이 아닌 긴 기간의 준비를 하는 차원에서 모였다. 함께 모여서 규모를 좀 넓혀가고 우리가 정부나 지자체에 내놓은 정책적인 요구들도 모아보기 위한 모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별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또는 연합회 등 단체들은 사회 전반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규모와 내용면에서 성장을 이뤄가고 있으나 과도기의 문제점도 여럿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크고 본질적인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 등의 지원 없이는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의 사회적 경제 조직이 많다는 점이다. 김남훈 상임이사는 “자체적인 수익구조, 사업모델을 갖고 운영되는 곳은 많지 않고, 정부나 다른 곳에서 받는 지원만 바라보는 곳이 많다. 사회적 경제 조직 각자가 학습하는 과정, 과도기의 문제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동근 대표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의 서비스가 필요한 곳, 즉 수요는 주로 일반적 시장에서 벗어나 있는 소외계층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지원을 해주는 정부는 장기 시점에서 사업을 바라보지 않고 단기적으로 바라보고, 거기에 기금 등을 집행해 사업의 수를 늘리는 형태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 경제는 그 안팎으로 성장과 동시에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장기 저성장 시대에 질 좋은 진짜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분야임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 10월말 한국을 찾은 사회적 경제 전문가인 크리스 도브잔스키 캐나다 밴시티 신용협동조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회적 경제는 지역사회에 실제적인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시민들이 품위와 존엄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특히 문화분야 사회적 경제가 양질의 성장에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창조성이 뛰어난 기업들이 본사를 샌프란시스코나 그 인근 도시에 두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생각을 통해 기업이 혁신을 이루려면 그 입지가 중요하다. 이 자체가 일종의 순환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 순환구조는 “한 지역에 문화예술분야 사회적 경제가 활발해지고 그 자체로 양질의 성장을 이루면 여러 기업이나 사회적 금융 투자자들이 그 지역에 밀착해 투자하거나 지원하게 된다. 이것이 또다시 지역 공동체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라고 도브잔스키는 덧붙였다.

김남훈 모극장 상임이사는 “문화예술 사회적 경제의 특별함은 그것이 추구하는 다양성 향유권, 예술인 생존권 보장 등의 가치가 이 시대에 더 특별히 부각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문화예술 사회적 경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특별한 것을 넘어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때가 올 것이라 본다.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이라고 넌지시 희망을 이야기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이정연 선임연구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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