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금호산업 경영권 인수 지원 위해
현재 주가보다 2.6배 비싼 값에
500억원어치 주식 매입 약속
개혁연대 “배임 해당할 수 있다”
CJ 쪽 “물류 협력위해” 배임 부인
8개 그룹도 900억원 이상 돕기로
거래관계상 반대급부 제공 가능성
현재 주가보다 2.6배 비싼 값에
500억원어치 주식 매입 약속
개혁연대 “배임 해당할 수 있다”
CJ 쪽 “물류 협력위해” 배임 부인
8개 그룹도 900억원 이상 돕기로
거래관계상 반대급부 제공 가능성
금호산업의 경영권 인수 자금을 마련중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백기사’ 역할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 배임 논란이 일고 있다. 시가보다 몇배나 비싼 가격에 금호산업 주식을 사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박 회장 쪽에서 일부 지원기업들에 반대급부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1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씨제이(CJ) 쪽 말을 종합하면, 씨제이대한통운은 500억원을 들여 박 회장과 함께 채권단으로부터 금호산업 주식을 사기로 했다. 박 회장이 채권단에서 보유중인 금호산업 주식 ‘50%+1주’를 인수하기 위해 지난 6일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금계획서에는 이런 방안이 담겼다. 박 회장이 오는 20일까지 산은의 승인을 얻어 연말까지 인수금 7228억원을 납부하면 대우건설·대한통운의 무리한 인수로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6년 만에 경영권을 되찾는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로, 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다.
하지만 대한통운의 금호산업 주식 매입에 대해서는 배임 위험성이 제기된다. 금호산업의 주가는 11일 현재 1만5500원인데, 채권단으로부터 매입하는 가격은 4만1천원 선으로 2.6배 비싸다. 금호산업은 올해 상반기 403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실적이 안 좋아 주가 전망도 불확실하다. 이는 에스케이(SK)에너지가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세운 금호기업에 100억원의 자본참여를 하면서 전환상환우선주(일정기간 뒤 보통주 전환과 원리금 회수 중 선택하는 우선주) 매입 방식으로 위험성을 줄인 것과 대비된다.
씨제이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데는 이재현 회장과 박삼구 회장 일가의 친분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금호 간부는 “1990년대 초 씨제이가 삼성에서 분리돼 어려웠을 때 금호가 도와줬고, 이후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 박 회장 아들이 다른 재벌 3세와 건설업체를 세웠을 때 씨제이가 일감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씨제이는 배임 혐의를 부정한다. 씨제이는 “대한통운이 금호타이어 중국공장 제품의 현지 물류를 맡고 있는데 거래 규모가 수천억원대”라며 “글로벌 물류 분야에서 금호와의 협력을 더욱 확대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주식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총수일가의 친분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이 다른 그룹의 도움으로 금호산업과 타이어의 주식을 현금화해 금호기업 설립에 사용한 것에도 배임 논란이 제기된다. 에스케이에너지·현대해상화재·동부화재·한화손해보험이 금호산업 주식을, 엘지화학·롯데케미칼·효성·코오롱이 금호타이어 주식을 각각 200억~30억원씩 사줬다. 에스케이와 코오롱은 이와 별도로 금호기업에도 자본참여를 했다. 씨제이를 포함한 9개 그룹의 총 지원액은 최소 1430억원에 달한다. 금호 직원들은 “박 회장이 평소 전경련 활동을 활발히 해 ‘재계 마당발’로 통하지만, 도움이 이렇게 많을지는 몰랐다”며 놀란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있듯이, 박 회장이 지원 기업들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식 매입 기업들은 금호와 거래관계가 있는 게 공통점이다. 에스케이는 아시아나항공에 기름을 팔고, 보험사들은 금호 계열사가 보험 가입자들이다. 코오롱과 효성은 금호타이어에 타이어코드를, 엘지화학과 롯데케미칼은 합성고무를 판다. 지원 대기업의 임원은 “거래관계에 있는 금호 계열사에서 주식 매입을 요청해왔다. 장기거래 보장과 거래량 확보에 도움이 돼 응했다”고 말했다. 금호 계열사로서는 기존 거래업체에 특혜를 제공할 경우 경쟁입찰을 통한 거래비용 절감이 어려워지는 등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개혁연대는 “씨제이가 총수 일가 지시로 금호산업 주식을 비싸게 사고, 박 회장이 회사 손해를 대가로 사적 이익(경영권 회복)을 취했다면 모두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지원 기업들에 지원 내역과 이유를 묻는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주요 기업들의 박삼구 회장 지원 내역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