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재산에서 부모한테 받은 상속·증여의 비중이 1980년대엔 27%였으나 2000년대엔 42%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본인의 노력이나 능력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돈이나 부동산에 의해 재산의 규모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경제학)는 17일 이런 내용이 담긴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 1970~2013’ 보고서를 공개했다. 김 교수는 불평등 문제를 세계적으로 공론화한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가 제안한 방법을 이용해 한국인의 자산에서 증여·상속(이하 상속)이 차지하는 비중을 추산했다.
보고서를 보면, 전체 자산에서 상속·증여의 기여도가 1970년대 37.3%(연평균)에서 1980년대 27%로 떨어졌다가 1990년대 29%로 다시 높아졌고 2000년대 들어서는 42%로 치솟았다. 예를 들어 자산이 10억원이라고 하면 부모한테 물려받은 몫이 1980년대에는 2억7000만원에 그쳤으나, 20년 새 그 몫이 4억2000만원으로 늘었다는 얘기다. 국민소득 대비 연간 상속액 비율도 1980년 연평균 5%에서 1990년대 5.5%, 2000년대 6.5%, 2010~2013년 8.2%로 계속 늘고 있다.
‘금수저’ ‘흙수저’ 등 부모들의 경제적 지위가 대물림된다는 이른바 ‘수저 계급론’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다. 역으로 불평등한 기회를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을 말한다.
김 교수는 앞서 부의 쏠림 현상도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0월에 발표한 ‘한국의 부의 불평등 2000~2013’ 보고서에서 김 교수는 2010~2013년 소득 상위 1%가 보유한 자산 비중이 전체의 25.9%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상위 10%의 자산 비중은 66%로, 전체 자산의 절반이 넘었다. 반면 하위 50%의 자산 비중은 2%에 그쳤다.
문제는 저성장·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부의 대물림과 불평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가 상속이 저축보다 훨씬 더 중요한 부의 축적 경로가 되는 사회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상속으로 축적된 부의 불평등이 큰 사회는 능력주의에 입각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