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허창수 회장
자유경제원 예산 대부분 차지
출범때부터 지원금 수백억대
전경련 “긍정도 부정도 않는다”
출범때부터 지원금 수백억대
전경련 “긍정도 부정도 않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가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에 매년 거액의 돈을 지원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독립적 비영리 재단법인이라고 주장하는 자유경제원은 최근 교과서 국정화나 노동시장 개편 등 주요 정치·사회적 현안에서 보수의 이데올로그를 자처해왔다. 대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전경련의 돈으로 운영되는 단체가 정치·사회 이슈에 적극 개입해 간여하려 하는 것은 경제권력이 사실상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행위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겨레>는 17일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유경제원의 최근 5년치 예산·결산서를 입수했다. 이 자료를 보면, 자유경제원의 외부 지원금은 한해 평균 20억원(2013년 18억원, 2014년 22억원, 2015년 20억원)에 이른다. 전경련은 그동안 자유경제원에 매년 상당액을 지원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세부내역 공개는 거부해 왔다. 자료에서 드러난 자유경제원의 외부 지원금을 보면, 수십억원대의 뭉칫돈이다. 한곳의 특정기관에서 지원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이 돈의 출처가 전경련임을 짐작게 한다.
또 자유경제원이 이자 수익을 얻고 있는 원천인 재단출연금(126억원)도 1997년 전경련과 회원 기업들이 낸 돈이다. 이자 수익은 2013년 4억원, 2014년 3억7천만원, 2015년 2억9천만원이다. 자유경제원의 전체 수입 중에서 외부 지원금과 출연금 이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3년 평균 98%에 이른다. 전경련이 사실상 자유경제원 예산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자유경제원은 1996년 전경련 산하단체인 한국경제연구원 부설 자유기업센터로 출범한 뒤 1997년 재단으로 분리됐다. 전경련이 지난 20년간 자유경제원에 지원한 금액과 출연금을 모두 합치면 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경련은 홍종학 의원실과 <한겨레>의 지원금 확인 요청에 대해 “지원을 하는 것은 맞지만, 자세한 지원 내역은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홍종학 의원실은 “전경련이 지원을 인정하면서도 내역을 밝히지 않는 것은 자유경제원의 지원금이 모두 전경련에서 나온 것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했는데도, 전경련은 공개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자유경제원은 최근 교과서 국정화를 강력히 주장하고, 야당을 겨냥한 2016년 총선 낙선운동, 노사정위원회를 배제한 노동시장 개편 강행 등 주요 현안에서 편향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또 진보진영에 대해선 친북, 좌편향, 반시장이라고 공격하며 ‘색깔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회비로 운영되는 전경련이 자유경제원에 매년 수십억원을 지원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경제단체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종학 의원은 “사실상 전경련의 ‘위장 계열사’인 자유경제원이 사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자유경제원에 대한 전경련의 지원 중단과 반성을 촉구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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