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대비 161%로 전연령대 최다
미국 등 16개국 가운데 가장 심각
안정적 소득 낮아 상환도 어려워
KDI “위기땐 취약…분할상환 방식을”
미국 등 16개국 가운데 가장 심각
안정적 소득 낮아 상환도 어려워
KDI “위기땐 취약…분할상환 방식을”
금융위기가 발생해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질 경우 50~60대 중·고령층 가구가 가장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 중·고령층은 부채가 많은데, 빚 갚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8일 발표한 ‘고령층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중·고령층은 소득과 자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크게 높아 급격한 부채 조정 요구가 있을 경우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81%까지 증가했다. 이 가운데 50대 이상 중·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41%에서 지난해 53%까지 늘었다. 부채가 증가한 것은 저금리와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대출 제도(LTV, DTI 완화) 등 구조적 원인이 크게 작용했다.
빚은 많고, 빚을 갚는 시기가 늦어지면서 중·고령층의 부채 비율이 높아졌다. 보고서는 “미국 등 다른 나라는 생애 주기에 걸쳐 가계부채를 점진적으로 줄이는데, 우리나라는 40대 때 과도한 자녀 교육비 지출 등의 영향으로 50대가 되서야 빚을 갚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고령층이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60대 이상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미국, 프랑스, 독일 등 16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서는 60대 이상 가구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전연령대 평균보다 낮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60대 이상 가구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1%로 전연령대 평균(128%)보다 훨씬 높다.
취약한 공적 연금도 고령층의 가계부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고령층 가구의 소득 중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연금소득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불과하다. 독일·네덜란드 등은 70%가 넘는다. 금융자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60대 이상은 74%로 다른 나라들보다 높다.
김지섭 연구위원은 “금융위기가 발생하거나 금리가 올라 부채를 축소시켜야 할 때 고령층의 부채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며 “가계부채 상환구조를 거치식·일시상환에서 비거치식·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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