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경제사회연, 유권자 1천명 조사
모든 연령대서 우선순위로 꼽아
모든 연령대서 우선순위로 꼽아
무상급식이 부각되었던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정책은 선거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해왔다. 다가오는 2016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원하는 핵심 정책은 무엇일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 총선에서 후보 선택시 가장 우선해 고려할 정책으로 ‘일자리정책’(31.3%)과 ‘연금 및 노후정책’(21.2%)을 꼽았다. 지역을 대표할 정치인을 뽑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개발정책’은 11.1%에 그쳤다. 연령별 처한 조건에 따라 요구하는 정책도 달랐다. 20대에서는 약 45.2%가 ‘일자리정책’을 최우선 고려 정책으로 꼽았다. 30대는 ‘연금 및 노후정책’(20.7%)과 ‘일자리정책’(20.4%), ‘부동산정책’(15%)과 ‘보육정책’(13.2%) 등 다양했다. 특히 노후불안이 큰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노후정책’ 보다 ‘일자리정책’을 내년 총선의 최우선 고려 정책으로 꼽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연금 등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상황에서 청년층 못지 않게 노인층에게도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일자리정책이 절실함을 시사한다.
유권자가 원하는 정책은 자신이 직면한 삶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데서 출발한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불안 요인을 묻는 질문에 ‘노후에 대한 불안’(31.8%)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고용 및 일자리 불안’(16.2%), ‘집값·전세값 상승 등 주거 불안’(14.3%), ‘건강에 대한 불안’(13.0%) 등이 뒤를 이었다. 20대는 일자리(42.7%)와 주거(18.1%)가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혀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청년층의 불안이 이 두 가지로 집중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3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노후불안’이 일관되게 가장 높은 가운데, 2순위로 30대는 ‘주거불안’, 40대는 ‘자녀교육불안’, 50대 이상에서는 ‘건강불안’이 꼽혔다. 교육평론가인 이범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에서는 노후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사교육에 대한 지출이 급증하면서 노후 불안이 더 커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사교육비만 줄일 수 있어도 노후불안이 상당부분 감소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성장의 문이 닫히면서 사회경제적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기회가 적을수록 공정성에 대한 요구는 강력해진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사회에서 가장 공정하지 못한 분야를 물어보니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불공정’(29.5%), ‘부동산 등 자산의 양극화로 인한 불공정’(21.1%),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20.1%)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다른 연령층에 견줘 20·30대에서는 ‘부동산 등 자산 양극화로 인한 불공정’이 유독 높게 나타나 자산 대물림 심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우리사회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청년실업 등 일자리문제’(31.0%)가 가장 높게 나타난 가운데 ‘정치개혁’(17.6%)이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내년 총선의 향배를 좌우할 중도·무당파층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가 다른 계층보다 높게 나타난 점도 주목된다.
총선은 정부 여당의 정책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이 크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주요 정책에 대해 유권자들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대북정책,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정책, 노동정책, 부동산정책 등 4개 분야로 나누어 질문했다. 그 결과, 대북정책만이 유일하게 ‘잘하고 있다’(54.6%)는 긍정적 평가가 절반을 웃돌았다. 그 외의 긍정적 평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정책(44.9%), 노동정책(35.8%), 부동산 정책(28.1%) 순으로 나타났다. 노동정책과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대통령 지지도(44.1%)에 못 미쳤다.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부동산 정책의 경우 20·30대 등 자산 축적이 어려운 젊은 층에서의 긍정적 평가가 각각 17.4%, 13.3%로 바닥에 가까웠다. 노동정책은 정책의 주 목표층인 20대에서 긍정적 평가가 16.1%로 매우 낮게 나타나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는 경제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지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성장이 지연되더라도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67.5%)이 ‘불평등이 확대되더라도 성장을 우선하는 방향’(29.2%)보다 월등히 높았다. 성장과 복지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여론조사에서는 대체로 ‘성장 우선’ 응답이 높게 나타나곤 했다. 하지만 성장과 불평등간의 관계로 질문한 이번 조사에서는 불평등 해소에 대한 요구가 강력하게 나타난 것이다. ‘아랫목까지 내려오지 않는 윗목만 따뜻한 성장’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절박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이 39.1%로 가장 높았고, ‘새정치민주연합’ 26.0%, ‘정의당’ 5.4% 순으로 나타났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파의 비율은 29.4%였다. 각 정당 지지자에게 지지 이유를 질문한 결과, 새누리당은 ‘일을 잘하고 추진력이 있기 때문’(29.8%), ‘당이 지향하는 이념과 철학 때문’(24.2%) 등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이 지향하는 이념과 철학 때문’이란 응답이 32.8%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추진하는 정책이 나에게 필요해서’(18.3%)가 그 다음이었다. 정의당 지지자들도 ‘당이 지향하는 이념과 철학’(43.8%)과 ‘추진하는 정책이 나에게 필요해서’(23.8%)를 지지 이유로 꼽았다. 야당 지지자일수록 이념과 가치, 그리고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조사결과는 유권자들이 정책능력 면에서 야당보다 여당을 더 높이 평가하고, 이것이 보수 여당의 높은 지지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이 조사는 지난 8~9일 전화면접방식으로 조사되었고 95%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1%다. 조사결과는 18일 민주정책연구원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주최한 ‘2015 사회경제정책포럼 종합토론회’에서 발표되었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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