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오창에 있는, 노인돌봄과 방문요양·장애인활동지원 등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사주형 사회적기업 ㈜휴먼케어의 근로자가 노인 주야간 보호 서비스 활동을 하고 있다. 휴먼케어 제공
법 제정 8년, 사회적 경제 현주소는
인증 사회적 기업 전국에 1423곳
근로자 3만2천여명…취약층 60%
기업당 순익 2200만원에 불과
중소기업 평균 당기순익의 절반 이하
협동조합은 8000여곳에 이르러
고용효과 1곳당 2.7~4명 수준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115만원
비정규직 145만원보다도 낮아
“정부 의존도 높아 민간역량 취약”
고용부 “양적 확대보다 자립 강화”
인증 사회적 기업 전국에 1423곳
근로자 3만2천여명…취약층 60%
기업당 순익 2200만원에 불과
중소기업 평균 당기순익의 절반 이하
협동조합은 8000여곳에 이르러
고용효과 1곳당 2.7~4명 수준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115만원
비정규직 145만원보다도 낮아
“정부 의존도 높아 민간역량 취약”
고용부 “양적 확대보다 자립 강화”
충북 오창에 있는 ㈜휴먼케어는 사회적기업 인증번호 제50호 기업이다. 노인돌봄이나 방문요양, 장애인활동지원 등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사주형 사회적기업으로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2007년 7월) 직후인 2008년 설립됐다. 설립목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이 되어 좋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내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미션을 표방하고 있다. 총자산 8억1천만원, 유급근로자 총 158명으로, 이 가운데 취약계층 근로자(고령자·여성가장·장애인)가 68명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액 24억9천만원, 영업이익 4900만원, 당기순이익 1700만원을 올렸다. 월평균임금은 95만원(평균 근로시간 주 32시간)인데 대부분 시급제 일자리다. 물론 평균임금보다 더 많이 받는 근로자도 여럿이다. 송유정 휴먼케어 대표는 “좋은 일자리에서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 좋은 일터는 지속가능성의 근거다. 다양한 지역사회 참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래씨앗 자활공제회’에 240만원을 후원하는 등 연간 2천여만원을 충북과 청주 지역공동체에 후원했다. 벌어들인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재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기업이 정부지원금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을 돕기 위해 지역 민간조직들이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경제기금’ 조성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 회사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제출한 ‘사회적 기업 자율 경영공시’에 따르면, 총 10명으로 구성되는 이사회에 근로자 대표와 일반 직원 각각 2명이 참여하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주주구성에서는 10여명의 근로자 대표들이 지분 0.9~4.6%를 보유하고 있다. 송 대표는 “주식회사지만 1원1표의 주식회사 원리가 아니라 사실상 1인1표의 협동조합적 지배구조를 실현하고 있다. 주주의 이해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협동조합의 민주적 의사결정과 참여경영을 할 수 있고,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주식회사의 유리한 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시급제 일자리여서 정부로부터 인건비 지원은 한푼도 받지 않는다. 휴먼케어는 사회서비스 상품 외에 향후 장애인 보조용구 제작업체 등 지역의 영세 제조기업과 협력해 제조업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동체회사로 중부권 최대 규모의 종합돌봄사회서비스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휴먼케어로부터 노인돌봄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등을 제공받은 취약계층은 총 2958명에 이른다. 물론 휴먼케어는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현주소와 실태를 잘 드러내는 ‘전형적’ 사회적기업이라기보다는 ‘모범사례’에 속한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시행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사회적 경제’는 어디에 와 있을까? 움트고 있는 사회적 경제 영역이 ‘시장 및 영리’가 지배해온 한국의 사회경제 전반에 일대 혁신과 전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 영역은 일제시대 협동조합까지 기원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나, 본격화된 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실업과 빈곤 극복을 위한 공공근로사업에서부터다. 그 후 사회적 일자리, 사회적기업, 사회서비스 일자리, 지역재생형·대안경제형 사회적기업 등으로 점차 정책 의제가 확산되어왔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적 경제 영역을 총량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관련 공식 통계지표는 아직 뚜렷하게 개발·작성·공표되지 않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사회적 경제의 큰 축을 이루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협동조합기본법 2012년 12월 시행)을 중심으로 2015년 현재 한국 사회적 경제의 현황을 초보적인 수준에서나마 파악을 시도했다. 주로 조직의 수, 종사자 및 매출액 규모, 근로조건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증’을 받은 기업과 각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예비 기업(부처형·지역형)으로 구분된다. 인증이든 예비든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및 사회서비스 창출을 유도하고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에서 정부가 육성·지원(인건비 및 세제혜택)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 활동중인 인증 사회적기업은 전국적으로 총 1423개다. 서울 247개, 경기 228개이고, 세종시를 제외하고 각 시도별로 39~90개에 이른다. 사회적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총 3만2485명으로, 이 가운데 장애인·노인·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1만8971명에 달한다. 지난 10월 현재 인증 사회적기업은 규모별로 10인 미만 614개, 10~29인 541개, 30~99인 223개, 100인 이상 45개다. 지난 10월말 현재 예비 사회적기업은 지역형 1300개, 부처형 107개다. 부처형·지역형이 중복되는 19개를 빼면 전체 예비 사회적기업은 총 1388개다.
2013년 현재 인증 사회적기업 전체 매출액은 총 1조1560억원으로, 기업당 평균 11억7200만원이다. 영업이익은 전체 총 마이너스 1132억5100만원으로, 기업당 평균 마이너스 1억1500만원이다. 일반 기업은 정부보조금을 영업이익에 포함하는 반면, 사회적기업은 영업외이익으로 계상하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과소평가되는 측면은 있다. 순이익은 전체 217억3200만원으로, 기업당 평균 2200만원이다. 참고로 한국은행이 펴낸 ‘2014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인세 신고기업 중 금융보험업 이외의 전산업 영리법인(53만641개)의 총매출액은 3571조5664억원, 영업이익 141조4904억원, 당기순이익 87조8450억원이다. 중소기업(46만1394개)만 보면 매출액 1255조2134억원, 영업이익 39조1918억원, 당기순이익 25조7189억원이다.
올해 인증 및 예비 사회적기업의 일자리창출 사업에 지원하는 정부 인건비 예산은 총 834억3800만원(총 1만2693명 지원) 규모로 짜여 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에는 인건비와 세제혜택 외에 생산한 재화·서비스에 대한 공공기관의 우선 구매 촉진 조항도 있다.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구매 우선 근거가 있긴 하나 현실에서는 장애인기업의 제품 이외엔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 경제에 대한 공공기관들의 지식과 정보, 또 의지와 감수성도 크게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은 어떨까?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설립된 협동조합은 10월 현재 총 8182개다. 일반 협동조합이 7827개, 사회적 협동조합(보건복지·교육부·고용노동부 등 부처별)이 355개 등이다. 일반 협동조합은 서울 2017개, 경기 1245개, 광주·전북 각각 500여개, 부산·대구·대전·강원·전남·경북 300~400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4년 5월까지 설립된 협동조합 4802개 중 1465개를 표본으로 삼아 사업활동을 하는 것으로 확인된 926곳(운영률 63.2%)을 대상으로 벌인 기관 실태조사(2014년 7월~10월, 응답기업 404개)를 보면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인력구성, 고용조건 및 고용효과를 추정해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협동조합당 임원은 5.8명이고, (비)조합원 근로자는 협동조합당 1.6명 정도로 나타났다. 상당수 임원은 아예 근로시간이 없거나 초단시간 근로를 하는 등 다른 일자리를 갖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실태조사에 응답한 협동조합 임원(총 2357명)의 실제 고용효과는 662~977명으로 추정된다. 협동조합당 1.6~2.4명 정도라는 얘기다. 근로자 역시 다른 일자리를 갖고 있는 근로자를 고려할 때 실질적 고용효과는 430~634명으로 계산된다. 근로자 고용효과는 협동조합당 1.1~1.6명 수준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협동조합의 실질적인 고용효과는 조합당 2.7~4.0명으로, 이 추정치를 협동조합 운영률 최대치( 63.2%)에 대입할 경우 2014년 8~10월에 사업활동을 영위하는 협동조합을 통해 창출된 총 고용효과는 8204~1만2102명으로 파악된다. 물론 협동조합 자체가 자치·자립·자조를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관점에서 협동조합의 고용창출 효과는 그 숫자와 무관하게 비용 효율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응답 협동조합의 조합원 및 비조합원 근로자 중에 정규직은 각각 72%, 45%다. 고용의 질 지표인 임금과 근로시간을 보면, 협동조합 조합원 및 비조합원 근로자의 월평균임금은 각각 112만원, 118만원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은 각각 33.5시간, 35.2시간 정도다. 전체 노동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와 비교해보면, 협동조합 근로자의 임금은 전체 임금근로자 월평균임금(223만원, 2014년, 통계청)이나 비정규직 근로자 월평균임금(145만원)에 비해 매우 낮다. 즉 임금으로만 판단할 경우 협동조합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협동조합은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고 임금 수준이나 고용을 중시할 때는 아직 아니다”라며 “자립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가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대체로 보면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생태계’ 구축과 관련해 정책은 앞서가는 반면, 현장에서의 사회적 변화와 전환은 더딘 편이라고 볼 수 있다. 황덕순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주도하고 또 정부에 의존하다 보니 사회적 경제 영역을 이끌어가는 민간 주체들의 역량은 약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쪽은 “정부의 재정지원과 기업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이 양립할 수 있도록 사회적기업의 양적 확대는 점차 줄여나가고 대신에 경영컨설팅과 제품 판로 개척 등 자립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고 있다”며 “직접적인 인건비 지원도 조금씩 축소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동향분석센터장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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