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걸음 가계소득
3분기 0,7% 늘어…6년만에 최저
물가상승 고려하면 증가율 ‘0’
고용 부진 속 ‘시간제’ 급증 영향
소비심리 위축…지출 0.5% 줄어
월세 많아져 주거비 24% ‘껑충’
3분기 0,7% 늘어…6년만에 최저
물가상승 고려하면 증가율 ‘0’
고용 부진 속 ‘시간제’ 급증 영향
소비심리 위축…지출 0.5% 줄어
월세 많아져 주거비 24% ‘껑충’
가계 소득 증가율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소득이 늘지 않다 보니 지갑을 열지 않고 그 결과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15년 3분기 가계 동향’을 보면, 올 3분기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441만600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명목 기준) 늘어다는 데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3분기(-0.8%)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가계 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2.4%, 올해 1분기 2.6%, 2분기 2.9%로 올라가다가 3분기 들어 0%대로 주저앉았다. 특히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득 증가율은 0%로 나왔다. 소득이 전혀 늘지 않은 것이다.
가계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획재정부는 “고용 증가세가 주춤하고, 시간제 근로자가 늘어난 것이 근로소득 증가세를 둔화시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 3분기 52만명, 4분기 42만명에서 올해 1~3분기에는 30만명대에 머물렀다. 임금이 적은 시간제 노동자는 지난해 148만명에서 올해 204만명까지 늘었다.
사업소득은 올 3분기에 1.6% 줄어 지난해 4분기(-3.4%)부터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세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들의 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탓이다.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가계는 지출을 줄였다. 올 3분기 가구당 월 평균 지출액은 339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감소했다. 가계 지출이 줄어든 것은 2013년 1분기(-0.4%)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3분기에는 메르스 여파가 일부 남아 있었고, 소비자들이 10월부터 열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때 물건을 사려고 소비를 유보한 것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가계의 소비성향(소득 가운데 소비로 지출한 비용)이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의 3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71.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소비성향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3년 1분기 이후 12년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김보경 과장은 “평균소비성향이 하락하고 있는 데는 고령화의 영향이 크다. 은퇴 이후를 대비해 저축은 늘리고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의 전반적인 씀씀이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유독 주거 비용은 크게 증가했다. 올 3분기 가구당 월 평균 주거·수도·광열비는 24만1000원이었다. 유가 하락으로 주거용 연료비가 4.6% 감소했지만 월세 가구가 늘면서 주거비가 23.5% 뛰었다.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이 지난해 3분기 40.3%에서 올해 3분기 45.6%로 커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또 담뱃값 인상으로 주류·담배 지출은 지난해보다 23% 증가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소비 진작 대책 등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될 4분기부터는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명 기재부 정책기획과장은 “올 4분기에는 소비심리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한 소비 촉진 대책의 영향으로 가계 지출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가계소득 증가율과 평균소비성향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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