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외환은행 지분 인수때
한국 은행법 규정 회피하려
산업자본 지분 소유현황 숨겨
투자자-국가재판 제기 자격없어
민변 “론스타 중재재판 각하돼야”
한국 은행법 규정 회피하려
산업자본 지분 소유현황 숨겨
투자자-국가재판 제기 자격없어
민변 “론스타 중재재판 각하돼야”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5조원대 투자자-국가 소송(ISD) 세번째 심리를 앞두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중재재판부에 “론스타의 청구는 각하돼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내기로 했다. 앞서 두 차례 변론에서 참관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민변이 의견서 제출을 통해 중재재판부에 한국 시민사회 쪽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민변 국제통상위원회는 22일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중재재판이 진행중인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23일 의견서 제출 허가 신청서를 접수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재센터 규정에는 재판 당사자가 아닌 제3자도 법정 조언자(amicus curiae) 자격으로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변은 신청서에서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때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은 은행을 인수할 수 없다는 은행법상 규정을 회피하려 산업자본 지분 소유 현황을 일부 숨기고 한국 정부에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과)는 “론스타는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을 근거로 투자자-국가 소송을 제기했는데, 위법한 투자는 투자보장협정 적용 대상이 아닌 만큼 소송이 각하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지적은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넘긴 2011~2012년 제기됐는데, 당시 금융위는 “한때 산업자본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볼 근거가 없다”며 매각을 승인했다. 매입 당시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고 인정돼도 주식매각 명령을 내리는 수밖에 없어 ‘먹튀’를 도울 뿐이라는 지적을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변 국제통상위 송기호 변호사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등) 산업자본인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겨준 이들이 정부 티에프(T/F)팀을 이끌며 론스타와 소송을 진행중인데, 이들이 자신들의 과오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중재재판에서 제대로 언급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또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서는 세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내에서 공정한 재판이 어려울 경우에만 국제중재재판에 회부하도록 하고 있는데, 론스타는 스타타워 매각 차익에 대한 과세가 문제라며 이미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재판부가 의견서 제출을 허가하는 대로 좀 더 상세한 내용과 증빙자료를 덧붙인 의견서를 낼 예정이다.
민변은 내년 1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릴 예정인 3차(최종) 심리 참관 신청서도 최근 중재재판부에 냈다. 하지만 1, 2차 심리 때도 참관을 신청했다가 소송 당사자들의 반대를 이유로 거부당해, 참관이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
민변은 정부가 론스타의 청구액조차 정확히 밝히지 않을 정도로 비밀주의로 일관한다며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내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김철수 국제법무과장은 “중재재판부가 론스타 쪽의 정확한 청구내역이 담긴 준비서면을 비밀문서로 지정했다”며 “재판부의 명령을 어기면 중재재판에 불리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민변의 참관 신청을 거부한 게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가운데 어느 쪽인지와 관해서는 “공개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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