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조사때보다 0.4년 단축
정보통신·경공업은 3년도 안돼
국내 기술 수준, 세계 최고의 80%
최고 기술 보유율 한자릿수로
연구개발 수행 기업 비율도 급락
정보통신·경공업은 3년도 안돼
국내 기술 수준, 세계 최고의 80%
최고 기술 보유율 한자릿수로
연구개발 수행 기업 비율도 급락
한국 제조업체와 중국 제조업체 간의 기술 격차가 최근 몇년 사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으며,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이 맹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제조업체 가운데 연구·개발(R&D)을 하는 기업들의 비율이 뚝 떨어져 조만간 양국 간의 기술력 수준이 역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23일 발표한 ‘국내 제조업의 기술 수준 및 개발 실태’에서 “올해 10~11월 708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2011년 조사(평균 3.7년)보다 0.4년 줄어든 평균 3.3년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2002년 이후 3~4년 간격으로 같은 조사를 계속해오고 있는데,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4년(2004년 2차 조사)→3.8년(2007년 3차 조사)→3.7년(2011년 4차 조사)으로 축소돼 왔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통신산업(2.6년)과 경공업(2.9년)은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3년이 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중화학공업은 3.5년을 유지했다.
또 세계 최고 기술과 비교했을 때 국내 제조업체의 기술 수준은 80%라는 응답이 많았다. 한국 제조업의 기술 수준은 2~4차 조사에서 80.0%→81.3%→81.9%로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이어갔는데, 이번 5차 조사에서는 80.8%로 주저앉았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통신기술 분야(4차 조사 83.3%→5차 조사 78.8%), 기업 규모별로는 직원 수 300명 이하인 중소기업(81.5%→80.2%)의 하락 폭이 컸다. 자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비율도 2~4차 조사에서는 12.8%→13.8%→14.7%로 조금씩 올라갔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9.5%로 급락했다.
산업연구원 민성환 연구위원은 “조사 결과에 최근의 수출 부진 등 체감 경기적 요인도 일정 부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제조업의 생산성 하락 등 질적 통계로 뒷받침되는 부분도 있다는 점에서 더 심층적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제조업의 연구·개발 현황은 더 큰 걱정을 낳는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현재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는 기업의 비율이 2차 조사 때 81%에서 3차 때 85.5%로 올랐다가 4차 때 81.9%로 낮아졌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69.5%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수행 비율은 업종과 기업 규모에 상관 없이 두루 낮아졌는데 특히 정보통신기술 분야(94%→74.2)의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가운데 해외와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비율도 32.4%→30.6%→24%→21.1%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 연구위원은 “제휴나 해외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법도 한데 자체개발 비율만 높아져간다는 것은 기업들이 (연구·개발에서도) 보수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의미로 제도적 보완책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