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에 달한 자의 퇴직일은 정년에 도달한 익월(다음달) 1일로 한다.’
정년퇴직 나이를 55살로 정했다면 1960년 11월에 태어난 이들은 올해 12월1일 퇴직하게 된다는 의미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이 취업규칙 조항을 두고 삼성카드와 직원들이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왜일까?
배경에는 ‘정년 60살 연장법’(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자리하고 있다. 바뀐 법률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공기업이나 300인 이상 사업장은 60살 정년을 적용해야 한다. 대상자는 해당 시점에 직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노동자다.
삼성카드의 정년은 현재 55살로, 1960년 12월생 직원은 회사의 취업규칙을 따를 경우 내년 1월1일이 퇴직일이 된다. 따라서 바뀐 법률을 적용받아 회사를 5년 더 다닐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같은 처지이던 ㄱ(55)씨 등 4명은 이런 기대에 부풀었으나 정작 회사는 ‘근로계약은 2016년 1월1일 0시로 종료되기 때문에 정년 연장 해당자가 아니다’라고 통보했다.
짧게는 15년에서 길게는 27년 동안 삼성카드에서 일한 이들은 “2016년 1월1일까지 근로계약이 유효하기 때문에 ‘정년 연장법’의 적용 대상”이라며 소송을 냈다. 퇴직일을 재직기간에 포함시키고, 회사가 퇴직 당월의 월급도 전액 지급하도록 돼 있는 ‘취업규칙’에 근거해서다. 이 규정대로라면 정년은 2021년 1월1일로 연장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회사는 “이들의 정년은 원칙상 12월31일 이전에 도래한다. 퇴직일은 절차의 편의를 위해 정해 놓은 것일 뿐”이라고 맞섰다. 지금까지 정년 퇴직자들은 퇴직일에는 업무를 전혀 하지 않았고, 그 달의 월급을 전액 지급한 건 일종의 배려이자 공로보상 차원이었다는 점도 반론으로 내세웠다.
퇴직일이 ‘정년에 도달한 다음달 1일’인 곳은 삼성카드·삼성생명 등이며, 삼성 계열사 외에 일부 회사도 이런 퇴직일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심 법원은 직원들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김연하)는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계약의 존속을 의미한다. 회사가 퇴직 당월의 월 급여 전액을 지급했다는 것은 건강보험 등 4대 보험료를 납부했으며 근로 계약이 해당일 24시까지 유지된다는 뜻”이라며 “원고들의 정년 퇴직일은 2021년 1월1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삼성카드 쪽은 “양 쪽의 법리적 해석이 다른 만큼 다시 한 번 재판부의 의견을 묻기로 했다”며 항소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