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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중국에 추월당한 철도산업 ‘벼랑’

등록 2015-11-26 20:14수정 2015-11-26 22:04

국내 유일 현대로템 해외수주 ‘뚝’
지난해 6000억…2년 전의 1/3 수준
중국, 정부지원 업고 수출·내수 급성장
로템, 최저가 입찰 개선 등 지원 호소
“세계 철도차량 시장은 30%가량 공급과잉 상태다.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치열한 가격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로템 창원공장 장현교 공장장(전무)은 26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수주가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현대로템 철도부문 매출 1조7천억원 가운데 국외 수주액은 6천억원에 불과했다. 2012년(1조7천억원)과 2013년(1조4천억원)에 견줘 크게 줄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현대로템은 국내에서 철도차량을 생산하는 유일한 회사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왔다. 1990년대엔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3개 업체가 철도차량을 제작했으나, 외환위기 뒤인 1999년 7월 정부가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3사를 통합한 뒤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세계 철도 제조사 순위 및 시장점유율
세계 철도 제조사 순위 및 시장점유율

중국이 정부 지원과 광활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세계 시장을 잠식해가면서 한국 철도산업은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한국무역협회가 올해 4월 내놓은 ‘2015년도 중국의 경제적 위상을 상징하는 고속철도의 대외경쟁력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14년 중국의 철도 설비 수출액은 43억2천만달러(약 4조9594억원)로 전년보다 22.6% 증가했다. 수출 대상국은 80개국에 이른다. 국내 철도 전문가들은 2~3년 전부터 중국이 가격뿐 아니라 품질 경쟁력에서도 한국을 앞지른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의 경우 고속철도 차량 수출 실적이 한 건도 없다.

더구나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수출 경쟁력 제고 목적으로 자국의 양대 고속철도 국유기업인 중국북차집단공사(CNR)와 중국남차집단공사(CSR) 합병을 승인했다.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명 업체 간 합병이 줄을 잇고 있다.

현대로템은 이날 정부 차원의 국내 시장 보호와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공공조달 시장에서의 최저가 입찰 방식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현대로템은 올해 초 서울메트로 2호선 전동차량 구매 입찰 경쟁에서 다원시스·로윈 컨소시엄에 밀려 탈락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돼 있지 않아 국내 공공조달 입찰 참여가 불가능하지만, 업계에서는 다원시스·로윈 컨소시업 제품에 중국산 부품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국내에 노후 전동차가 많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하준 국내영업팀 부장은 “철도 운영사가 새 차량을 살 여력이 안 돼 내구연한을 늘리고 있다”며 “신규 노선에 필요한 철도차량을 살 때는 정부가 구입비의 50%를 지원해주지만 차량을 교체할 경우엔 지원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본부장은 “정책적 관리를 하지 않으려 한다면 철도산업을 접는 것이 업체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도로 중심 교통체계를 가진 국내에서 철도차량 시장 규모는 연평균 5천억~6천억원 수준이다. 세계 시장(약 72조원)의 1% 미만에 그쳐 수출로 활로를 찾지 않으면 자생이 힘든 구조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은 “원·하청 관계, 품질 문제를 놓고 현대로템에 대한 비판이 많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현대로템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우리가 확보한 철도 제작 기술 유지가 가능하다”며 “정부가 지원을 한다면 현대로템 수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거나, 철도차량 제조사를 공기업화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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