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임 sw’ 확인됐지만 “아직 미정”
유럽서도 ‘미국과 상황 다르다’며
“금전보상 계획 없다” 밝혀 논란
유럽서도 ‘미국과 상황 다르다’며
“금전보상 계획 없다” 밝혀 논란
폴크스바겐그룹이 국내에서 판매한 경유차 12만5522대에서도 인증시험 때만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작동시키는 ‘눈속임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환경부가 공식 확인함에 따라(<한겨레> 11월27일치 15면), 이들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폭스바겐코리아와 아우디코리아는 리콜 대상 차량을 구매한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 방침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폴크스바겐그룹이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유럽에서 소비자 보상을 하지 않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보상 요구를 거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23일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태로 중고차 값이 떨어진 자국 폴크스바겐 구매자들이 미국 소비자와는 달리 보상을 받지 못하자 ‘불공평하다’는 불만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폴크스바겐은 <비비시> 라디오 프로그램 ‘유 앤 유어스’에 보낸 공문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차량을 바로잡는 데 전념하고 있으나 (영국에서) 추가로 금전적 보상을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전세계 리콜 대상 차량 1100만대 가운데 850만대가 유럽에서 판매됐다.
폴크스바겐은 유럽과 달리 미국 시장에선 경유가 휘발유보다 가격이 비싼데도 소비자가 경유차를 선택한 데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폴크스바겐은 9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리콜 명령을 받은 2000㏄ 이하 경유차 구매자 48만2천명에게 선불카드 등의 형태로 1000달러(약 116만원) 상당의 금전적 보상을 하고, 3년 동안 긴급출동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기로 하는 등 보상책을 내놓았다. 아우디 미국법인도 리콜 명령을 받은 A3 차량 구매자들에게 같은 보상책을 제시했다.
국내에서 폴크스바겐이 스스로 보상안을 내놓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이 수리 외에 금전적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연비에 영향을 미쳐 리콜을 할 경우 종전보다 연비가 떨어졌다는 구체적인 피해가 확인돼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에 리콜 방식과 더불어 리콜 전후 연비 변화 등이 담긴 리콜 계획서를 내년 1월6월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6일 성명을 내어 “폴크스바겐의 불법행위가 알려진 지 두 달이 훌쩍 지나서야 정부의 행정조처가 이뤄져 소비자 피해가 계속됐다”며 “폴크스바겐그룹은 리콜뿐만 아니라 미국 등에서 진행된 소비자 보상과 같은 수준의 보상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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