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승진 6명 등 사장단 15명 인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년 연속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삼성그룹은 1일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개발실장(부사장)을 무선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인사 규모는 사장 승진 6명, 대표 부사장 승진 1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8명 등 모두 15명이다. 사장 승진자는 지난해(4명)보다 많지만 제자리에서 승진하거나 겸직 자리를 줄여 새 인사를 앉히는 식이어서 변화는 크지 않았다.
‘갤럭시 주역’ 고동진, 무선사업 지휘
가전·금융사 사장 모두 제자리 지켜
이서현, 물산 패션부문 사장으로
삼성 안팎에선 2년째 인사에 관여해온 이 부회장이 ‘과도한 물갈이’보다 ‘완만한 세대교체’를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미래전략실이 짜놓은 인사 틀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하고 상의해 결정했다”며 “연륜과 경험이 풍부한 사장단을 주요 사업에 전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변화는 삼성전자의 대표 사업 가운데 휴대전화와 가전을 책임지는 수장이 바뀐 것과 이서현 제일기획·삼성물산 사장의 이동 등이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사업은 신임 고동진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맡게 되면서 신종균 아이엠(IM)부문 사장은 겸직하던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내놓았다. 신 사장은 지난해부터 휴대전화 실적 부진으로 줄곧 교체설이 돌았지만 아이엠부문 사장은 유지했다. 윤부근 시이(CE)부문장 사장도 지난해 티브이(TV) 등을 책임지는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을 김현석 사장에게 물려준 데 이어 올해 생활가전 사업부문을 후배에게 물려주게 됐다. 삼성그룹은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은 겸직하던 생활가전 및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후배 경영진에게 물려주고 중장기 사업전략 구상 및 신규 먹거리 발굴 등 보다 중요한 일에 전념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권오현 부회장도 반도체를 책임지는 디에스(DS)부문장을 유지한 채 함께 맡던 종합기술원장 자리를 승진한 정칠희 사장에게 물려줬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 겸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은 제일기획에서 손을 떼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존 패션부문을 맡은 윤주화 사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옮겼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기존 4인 대표체제에서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과 김신 상사부문 사장, 김봉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 등 3인 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삼성 미래전략실 법무팀장인 성열우 부사장과 인사팀장인 정현호 부사장은 사장으로 동반 승진했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 고한승 부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으로, 호텔신라 한인규 부사장은 면세유통사업부문 사장으로, 삼성전자 차문중 고문은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삼성에스디에스(SDS) 전동수 사장은 삼성전자 시이부문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옮겼다. 정유성 삼성경제연구소 상담역은 삼성에스디에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삼성전자 홍원표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은 삼성에스디에스 솔루션사업부문 사장으로 이동했다.
이번 인사에서 윤주화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대표에서 이동한 것을 제외하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이는 찾기 힘들다. 최근 실적 악화로 인력재배치나 희망 퇴직 등으로 직원들을 구조조정한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등 건설 계열사, 삼성생명·카드 등 금융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모두 자리를 유지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가전·금융사 사장 모두 제자리 지켜
이서현, 물산 패션부문 사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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