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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SPC그룹 회장 두 아들의 수상한 ‘병역특례 복무’

등록 2015-12-03 01:13수정 2015-12-03 10:43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에스피씨(SPC)그룹 허영인(66) 회장의 아들이 그룹 외주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병역 특례)으로 군 복무를 대신한 뒤 이 외주업체가 에스피씨그룹으로부터 받는 일감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특권층의 군 복무 회피 통로로 이용된다는 비판 때문에 병역 지정 업체 대표의 4촌 이내 친척이 해당 업체에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기업 간의 갑을관계를 악용하는 사례를 차단할 장치는 없다. ‘갑’ 업체의 아들이 ‘을’ 업체에 들어가 복무를 부실하게 해도 서로 간에 이해관계가 있어 쉬쉬할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2일 에스피씨그룹과 병무청 등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허 회장의 차남 희수(37·비알코리아 전무)씨는 정보처리기능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 2004~2006년 진코퍼레이션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다. 진코퍼레이션은 2001년부터 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에스피씨그룹 계열사 비알코리아의 판매관리시스템(POS) 구축·관리를 맡아온 외주업체다.

진코퍼레이션은 희수씨가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를 마친 뒤인 2009년부터 비알코리아에 더해 ㈜파리크라상의 판매관리시스템까지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판매관리시스템은 매장 수에 비례해 규모가 커지는데, 지난해 말 기준 ㈜파리크라상 매장은 파리바게뜨 3450개와 파스쿠찌 400개 등 약 4000개로, 약 1900개 매장을 갖고 있는 비알코리아보다 2배가량 많다. 진코퍼레이션의 에스피씨그룹 일감 규모가 2009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에스피씨그룹은 “당시 진코퍼레이션의 에스피씨그룹 관련 매출은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진코퍼레이션의 에스피씨그룹 관련 매출은 40억여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차남

2004~2006년 외주업체서 근무
‘친족 업체만 금지’ 규정 피해가
이후 해당업체 일감 40% 늘어나
“기술력 1위였기 때문” 해명
“제대로 출근 안했다” 의혹엔
회사쪽 “출근 안한적 없다” 반박

장남

집 인근서 병역특례 복무중
집에서 먼 외주업체로 옮겨
왜 옮겼나 묻자 “적성 안맞아”
관리 대상·금지업체 범위 넓혀야

또 진코퍼레이션은 2008년엔 허 회장이 당시 차명으로 지분을 51.7% 보유했던 정보기술업체 에이에스피엔(ASPN)으로부터 지분 투자도 받았다. 이 회사는 2003년 설립 직후부터 지금껏 에스피씨그룹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관련 일감을 맡았으며, 지난해 금융실명제법이 개정되자 허 회장은 차명 보유하던 지분을 두 아들 명의로 뒤늦게 실명전환했다.

희수씨가 진코퍼레이션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할 당시 제대로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병역법은 산업기능요원이 8일 이상 무단결근하면 편입을 취소하고 현역 입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에스피씨그룹 출신 인사는 <한겨레>와 만나 “부실 출근 관련 투서가 들어가는 등 말이 많아 병무청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희수씨의 한 지인도 “그룹과 관계 있는 회사에서 병역 특례를 했다고 들었는데, 지인들 사이에선 (희수씨가) 거의 출근을 안 한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창희 진코퍼레이션 대표이사는 “(희수씨가) 지각은 했어도 출근을 안 하는 일은 없었다. 병무청이 여러 차례 조사를 나왔지만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에스피씨그룹의 일감이 급증한 것에 대해서는 “희수씨와 연관된 게 아니라, 우리 회사 기술이 국내 1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의 장남 진수(38·㈜에스피씨 부사장)씨도 병역 특례 초기엔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서 복무했는데, 동생 희수씨가 병역 특례를 시작할 즈음 에스피씨그룹의 또다른 외주업체인 새암소프트로 복무지를 옮겼다. 당시 진수씨의 집은 서울 용산구에,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사무실은 출퇴근이 가까운 강남구에, 새암소프트 사무실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도 성남시에 있었다.

새암소프트의 윤아무개(52) 당시 대표는 “(진수씨가) 정상적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진수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중간에 아이비엠(IBM)으로 합병됐지만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고 그 회사에서 끝까지 근무했다”고 말했다.

에스피씨그룹도 “진수씨가 새암소프트로 복무지를 옮긴 것이 맞다.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지 못했다”고 해명했고, 집 근처의 글로벌 기업을 관두고 집에서 훨씬 먼 외주업체로 옮긴 이유에 대해서는 “근무 여건과 적성이 안 맞아서 옮긴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산업기능요원 복무 과정에서 어떠한 위법 사실도 없었다. (희수씨의 부실 복무 의혹 제기는) 10년도 넘게 지난 사안으로 일방적 주장일 뿐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밝혔다.

하지만 허씨 형제의 경우처럼 수상한 병역 특례를 막기 위해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진성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고위 공직자 본인과 자녀들로 한정된 병역 관리 체계를 고소득층, 연예인, 체육인 등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 또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고위 공무원의 자녀가 그 부모와 같은 직장에 배치되지 못하게 한 ‘상피제도’를 거래관계에 있는 기관이나 업체에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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