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지
6개월새 두바이유 40달러 밑으로
원유 부산물인 LPG 값은 거꾸로
업계 “계절요인만으로 설명안돼”
사우디 국영사, 임의로 값 책정
서민·택시기사 등 소비자들 ‘울상’
원유 부산물인 LPG 값은 거꾸로
업계 “계절요인만으로 설명안돼”
사우디 국영사, 임의로 값 책정
서민·택시기사 등 소비자들 ‘울상’
최근 6개월 사이 국제시장에서 원유가격이 30%가량 떨어지면서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40달러선이 무너졌지만, 부탄과 프로판 등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은 최근 3개월 사이 30%가량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를 채굴·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엘피지 가격이 원유값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배경에는 비합리적인 에너지가격 책정 메커니즘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에너지 약소국’의 비애가 묻어있기도 하다.
6일 한국석유공사 자료를 보면, 국제 원유시장에서 두바이유 평균 판매가격은 7월 배럴당 55.6달러에서 9~10월 45.8달러로, 12월 39.8달러로 떨어졌다. 6개월 새 30%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반면에 엘피지 가격은 7월 t당 395달러에서 9월 315달러로 떨어졌지만 이후 상승세로 전환해 12월 460달러까지 올랐다. 최근 3개월 새 30%나 뛴 셈이다.
취사·난방(프로판) 또는 자동차연료(부탄) 등으로 주로 쓰이는 엘피지는 원유전이나 원유 정제과정에서 주로 생산되고, 천연가스(LNG)전에서도 일부 나온다. 원유 부산물인만큼 대체로 원유 가격에 연동해 움직인다.
최근 엘피지값 인상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계절적 요인을 지목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엘피지는 가정용 수요가 많아 북반구가 겨울일 때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여름일 때는 수요와 가격이 내려가는 ‘동고하저’ 현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프로판가스의 t당 가격은 2012년 7월 575달러에서 12월 1010달러로, 2013년 7월 795달러에서 12월 1100달러로 뛰었다. 하지만 원유가격이 하락하던 지난해에는 7월 820달러에서 12월 550달러로 떨어졌다.
2012~2013년은 국제 원유값이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고공행진하던 때이고, 지난해에는 원유값이 하락세를 보였다. 결국 원유값이 일정할 때 엘피지값은 동고하저 현상을 보이지만, 원유값이 급격하게 변할 때에는 그 추세를 따라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올해 하반기에는 원유값이 떨어지는 중에도 동고하저 현상이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우리도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시장에서 엘피지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매달 정하는 가격(CP)를 기본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중동의 다른 산유국들도 아람코가 매달 발표하는 가격을 베이스(기본)로 해서 거래값을 정하고, 원유 정제과정에서 엘피지를 생산하는 국내 정유사들도 아람코가 정한 가격 수준에서 판매값을 정한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엘피지 가격이 인상되는 이유는 오직 아람코만이 안다. 원유값 하락으로 손해를 봐서 엘피지를 통해 조금이라도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지만, 확인이 불가능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엘피지는 공급자 사이 가격경쟁이 없는 시장이고, 동고하저 현상 또한 시장에서의 수요-공급 법칙과 무관하게 아람코가 임의로 가격을 책정한 결과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비합리적인 엘피지값 책정의 부담을 서민(난방용)이나 택시기사들(연료용)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시장에서 엘피지(프로판) t당 가격이 10월 360달러에서 11월 395달러로 오르자 12월 국내 엘피지 ㎏당 공급가격이 38원씩 올랐다. 12월 국제시장 가격이 460원까지 치솟은 만큼 1월 국내 엘피지 공급가격도 추가로 오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중동 의존도가 워낙 높다보니 국내 수입업체들이 가격협상력을 가질 수 없는 만큼,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공급처가 다변화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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