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3천명 전원 대상 희망퇴직 실시
“대리급 90% 전멸” “23살 최연소 명퇴”
누리꾼, 두산 ‘사람이 미래’ 광고빗대 공분
두산 “시장 25% 축소…구조조정 불가피”
“대리급 90% 전멸” “23살 최연소 명퇴”
누리꾼, 두산 ‘사람이 미래’ 광고빗대 공분
두산 “시장 25% 축소…구조조정 불가피”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임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올해 입사한 1년차 20대 직원들도 퇴직 대상으로 내몬 사실이 확인됐다. 누리꾼들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카피로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두산그룹의 이율배반적 행태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15일 두산인프라코어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회사는 지난 8일부터 사무직 직원 3000명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미 800여명이 이 회사를 떠났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구조조정에서 전체 사무직 가운데 40%가량을 내보낼 예정이다. 최대 80%까지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부서도 있고, 아예 없어지는 부서도 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출근한 신입 사원들 중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4년 하반기에 60여명의 신입 사원을 뽑았고, 이들은 올해 1월부터 출근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20대 직원 가운데 명예퇴직 대상이 된 사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올해 1월부터 출근한 신입 사원 가운데 희망퇴직자는 결국 입사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사쪽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적어도 신입 사원을 건드릴 것이라고는 상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거나 “어른들이 살기 위해 애들을 자르는 상황” 등과 같은 반응이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고용노동부에서 임금피크제 모범기업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 사원들이 블라인드 앱에 올린 글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 블라인드 앱에는 “현재까지 사원 대리급 90%가 전멸했다”, “29살에 명퇴당하는 경험을 다 해본다. 이 타이밍이면 하반기 (공채 지원)도 못 쓰고 어쩌자는 건지”, “여사원 23살 최연소 명퇴도 있다고 알고 있다”, “술 먹는데 절반 이상 나가네요. 여자 동기들 다 우는 거 보기가 힘들어 잠시 나왔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누리꾼들은 두산그룹의 광고 “사람이 미래다” 카피를 거론하며 공분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end*****)는 “두산은 ‘사람이 미래다’라고 광고하더니 미래의 90%를 해고했네”라고 했고, 또 다른 이용자(@elisiss)도 “두산 : 사람이 미래다, 해석 : 사람은 미래에도 계속 태어나니 얼른얼른 교환해줘야 한다”고 했다. “두산 23살 명퇴. ‘사람이 미래다’라고 하더니 사람을 잘라서 미래를 꾸리나 봄”(이용자 @izz****)이라고 적은 이도 있었고, “재단 인수한 중앙대 ‘회계는 기업의 언어. 모든 학생이 배워야 한다. 취직 안 되는 과는 다 없애야’, 두산 광고 ‘사람이 미래다’, 두산인프라코어 ‘20대 희망퇴직 받습니다’”라고 두산그룹을 두루 비판한 이(@CDMNCD)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기술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결국 남은 것은 인력뿐이다. 두산이 인적 역량 강화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한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의 2012년 발언(▶관련 기사)을 인용하며 두산그룹의 이중적 행보를 비판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커뮤니티에서도 “두산이 이러는 거 보면 야구단 참 잘한 것 같다. 원래 그리 괜찮은 그룹이 아닌데 몇 편의 뜬구름 잡는 듯한 광고와 야구단으로 이미지가 괜찮아진 것 보면…”이라며 비꼬거나, “사람이 소모품인가”라고 비판한 글이 등장했다. “노동법이 비정규직만의 일이라고 손 놓고 있던 대기업 종사자들도 이제 정신이 좀 들라나요? 입술이 없어지면 바로 옥수수 털린다”며 ‘노동 개편’ 이슈와 연동해 이번 사태에 대해 거론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에 대해 “직원들의 자발적인 신청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며 “올해 건설기계 시장은 지난해에 견줘 25% 이상 축소 예상되고, 중국은 작년 대비 약 50% 축소된 상황이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이재훈 박현정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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