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여동생이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힘든 상태라며 법원에 ‘성년 후견인’ 지정을 신청했다. 신동주·동빈 형제간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돼온 부친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이상 여부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된 것이다.
서울가정법원은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10남매 중 여덟째) 신정숙(78)씨가 18일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성년후견인 제도란 정신적 문제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인을 대신해 법원이 선임한 후견인이 재산 관리와 법률 행위를 하는 제도다. 본인이나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등이 신청할 수 있으며, 법원은 의사의 감정 등을 통해 당사자의 정신 상태를 확인하고 성년후견인 지정이 필요한지, 누구를 후견인으로 선임할지 결정한다.
신정숙씨를 대리한 이현곤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스 하쓰코와 자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후견인 후보자로 신청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롯데그룹과 관련된 일에 단 한차례도 등장한 적이 없는 신정숙씨가 갑자기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배경에 대해 이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 주변에서 자꾸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니까 가족들이 힘을 합쳐서 일을 정리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성년후견인 지정을 받아들이면 그동안 ‘장남이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라고 주장하던 신동주 전 부회장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위임장을 근거로 한국과 일본에서 동생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위임장이 효력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롯데그룹과 신 전 부회장 쪽 모두 이번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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