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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희망퇴직 기업’ 직장인 10명중 7명 “회사가 퇴직 압박”

등록 2015-12-21 20:16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 ‘블라인드’ 설문
거부땐 인사발령·구조조정 등 불이익
기업들, 쉬운해고 수단으로 악용 ‘방증’
올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회사를 다니거나 다닌 적이 있는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은 회사가 희망퇴직 과정에서 퇴직을 강요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상당수 기업들이 희망퇴직을 쉬운 해고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가 지난 17일 서비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관련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1925명 가운데 622명은 자신의 회사에서 올 한해 희망퇴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중 479명(77%)은 희망퇴직 신청 과정에서 직원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회사가 퇴직을 압박한 것을 보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블라인드는 본인이 소속된 회사나 업계 게시판(라운지)에 익명으로 의견을 올릴 수 있는 폐쇄형 서비스로, 최근 신입사원마저 감원 대상으로 올린 두산인프라코어 상황이 건설·중공업 업계 게시판에 연이어 올라오기도 했다. 21일 현재 300명 이상이 일하고 있는 기업 919개 및 60개 업계 게시판이 개설돼 있다.

회사가 퇴직을 강요한 방법으로는 ‘희망퇴직 거부시 인사 발령, 정리해고 등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압박’(158명)이 가장 많았다.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대상자로 정해졌다고 통보(141명)하거나 부서별로 희망퇴직을 받아야 할 인원을 할당해 누군가는 꼭 퇴직을 해야한다고 압박(60명)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또 회사가 감원 대상 직원들의 업무를 박탈하거나 다른 직원들과 물리적으로 격리(39명)시키고 지속적인 면담과 망신주기, 폭언 등 심리적인 압박(39명)을 통해 퇴직을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 응답자 24명은 회사 상사나 팀장이 퇴직을 호소하거나 부탁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ㅌ 회사가 희망퇴직을 진행해도 직원들은 이를 수용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회사의 퇴직 강요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무법인 참터의 유성규 노무사는 “희망퇴직 강요 문제는 개인 차원에서 대응하기가 매우 어렵다. 직원들이 함께 대응하거나 노동 관련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가 정리해고를 시행할 경우 근로자 대표와 협의해 해고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직원들을 대변하는 집단이 없다면 회사 입맛에 따라 해고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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