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이전과 기반시설 건설을 중심으로 한 세종시 1단계 건설이 오는 31일로 마무리된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으로부터 12년, 2007년 착공으로부터 8년 만이다. 전체 예산 22조5000억원의 57.2%인 12조8600억원이 11월 말까지 집행됐다. 앞으로 2016~2020년 2단계는 30만명, 2021~2030년 3단계는 50만의 인구를 목표로 개발된다.
정부기관 이전 등 1단계 건설 올해 완료
2012년 이후 인구 2.5배 증가한 21만명
수도권 인구 순유출의 기폭제 구실
혁신도시와 함께 균형발전의 견인차 외딴섬 되면서 행정 비효율 증가
“세종시에 제2국회 설치” 요구 커져
철도역·국립대학 부재도 걸림돌
‘중심지 없는 도시설계’ 논란 여전 1단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보다도 60개 정부기관의 이전이었다. 2012년 9월 국무총리실을 필두로 현재까지 19개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했고, 2016년 3월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까지 이전하면 모두 21개가 된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이전 대상이어서 앞으로 서울에는 통일·외교·국방·법무·행정자치·여성가족 등 6개 부처만 남게 된다. 중앙행정기관 소속 기관도 현재까지 중앙노동위원회 등 18개 기관이 이전했고, 2016년 3월에 소청심사위원회와 정부청사관리소가 이전하면 20개가 된다. 한국개발연구원 등 국립연구기관도 이미 14개가 이전을 완료했고 내년엔 국토연구원이 옮겨올 예정이다. 21개 중앙행정기관과 20개 소속기관에서 일하는 1만4600여명, 15개 국립연구기관의 3500여명, 기타 4개 공공기관의 400여명 등 60개 정부기관 종사자 1만8500여명이 세종시로 일터를 옮겼거나 곧 옮긴다. 세종시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인구 증가다. 세종시의 인구는 이 사업이 착공된 2007년부터 2011년 사이엔 8만명 안팎에 그쳤으나, 정부기관 이전이 본격화한 2012년 이후 인구가 급증해 2015년 12월 기준 21만2500명으로 4년 만에 2.5배 이상 늘어났다. 정부가 토지를 매입해 개발한 중심지역(신도시)의 인구도 2013년 2만5000명에서 2014년 6만명, 2015년 말 11만5000명으로 급속히 늘어났다. 세종시는 혁신도시와 함께 전국 균형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전국의 인구 이동을 분석해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새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모두 1만8595명이 순유출됐다. 수도권으로 유입된 인구보다 지방으로 유출된 인구가 더 많았던 건 이 기간이 6.25전쟁 이후 처음이다. 비록 수도권의 순유출 인구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2009~2011년까지만 해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순유출 인구가 6만6563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구 이동의 큰 흐름을 뒤바꾼 ‘역사적 사건’임에 분명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성경륭 한림대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하는 바람에 세종시가 절반의 행정수도에 그치게 됐지만 서울의 인구가 줄고 있고, 수도권 집중이 완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세종시 총괄계획가인 황희연 충북대 교수는 “그동안 국가정책이 서울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공무원들이 지방이나 전국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고 있다. 이것은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국회 이전이 세종시와 균형발전의 열쇠 그러나 아직 세종시에는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국회의 이전은 세종시와 균형발전의 성패를 가를 중대한 문제다. 정부 부처와 국회의 공간적 괴리는 세종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막대한 행정 비효율을 낳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2014년 6월 국무총리실의 조사를 보면, 직전 한 달 새 공무원들의 73.4%가 ‘출장을 갔다’고 했는데 출장자 가운데 46.8%가 ‘국회’를 다녀왔다. 세종청사 공무원 출장의 절반 가까이가 국회 관련 업무였던 셈이다. 정부 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고위직 출장은 3분의 2 이상이 국회 관련일 것이다. 의원실에서 부르면 무조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칼자루를 쥔 국회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세종청사에는 국회 관계자를 위한 회의실이 마련돼 있지만 쓴 일이 거의 없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이 세종시에 와서 정책 설명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세종시에서 국무회의를 자주 열고, 국회의장이 세종시에서의 상임위 활동을 독려하면 비효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헌법재판소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제2국회(국회 분원) 설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이춘희 세종시장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세종시에 제2국회가 들어서면 세종시에 있는 정부 부처는 제2국회에서, 서울에 있는 정부 부처는 서울의 제1국회(국회 본원)에서 국회 관련 업무를 볼 수 있다. 또는 회기에 따라 한 번은 서울에서, 한 번은 세종시에서 번갈아가며 국회를 열 수도 있다. 현재 세종시에는 국회와 청와대 용지로 23만평의 터가 잡혀 있고, 정부세종청사 한복판에도 4만~5만평의 빈터가 있다. 지역갈등 사이에서 실종된 세종역 세종시 발전의 또다른 걸림돌은 철도역이 없다는 것이다. 세종시는 특별자치시, 행정도시라는 위상을 갖고 있지만, 철도는 청사에서 거리로 17㎞, 시간으로 30~40분가량 떨어진 청주의 오송역을 이용해야 한다. 애초에 호남고속철도 노선을 결정할 때 세종시 중심부를 관통하게 할 수 있었으나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호남고속철도 노선은 세종시 남쪽으로 우회한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도시 중심부에 철도역을 설치하면 도시가 양분된다. 멀지 않은 곳에 오송역이 있는데 굳이 세종역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세종시에 고속철도역을 설치하면 서울에서 통근이 가능해 공무원들이 이주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고, 오송역을 가진 충북과 청주 쪽에서 세종역 신설을 반대한 것도 이유가 됐다. 그러나 고속철도역이 없어서 생기는 불편이나 낭비는 크고 만성적이다. 세종시의 한 공무원은 “청사에서 오송역 가는 시간과, 오송역에서 서울역 가는 시간에 큰 차이가 없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철도역은 도시의 심장과 같은 곳인데 처음부터 세종역을 설치하지 않은 게 잘못이었다. 지역 간 갈등을 조정해 이제라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철도역을 설치한다면 그 위치는 현재 호남고속철도와 1번 국도가 만나는 세종시 발산리 일대가 유력하다. 국토교통부의 한 고위 관리는 “이곳에 세종역을 설치하는 데는 500억원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학 하나 없는 특별자치시 대학이 없는 것도 세종시의 활력이나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지금도 세종시 행정구역 안에는 고려대와 홍익대의 세종캠퍼스, 대전가톨릭대학교, 한국영상대학교가 있다. 그러나 이들 대학은 세종시 중심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모두 사립대학이다. 대학원은 2014년에 이전한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이 중심지역 안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카이스트와 고려대의 일부 학부와 대학원의 이전을 협의 중이고, 여러 대학의 공동 캠퍼스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세종시와 같은 공공성이 높은 도시를 만들면서 왜 국립대학을 설치하지 않았을까? 이춘희 세종시장은 “애초에는 케네디스쿨(하버드대 행정대학원)과 같은 국가정책대학원을 구상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실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세종시 추진 초기에는 서울대를 이전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역시 추진되지 못했다. 세종시에서 20대 젊은이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대학이 가져다주는 도시의 매력, 생동감, 창조력, 인구 유입 효과 등을 생각하면 국립대학이나 국립대학원의 신설, 이전은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일이다. 성경륭 한림대 교수는 “규모가 작더라도 서울대 행정대학원이나 프랑스의 국립행정학교(ENA)처럼 공공성이 높은 대학(원)을 세종시에 만들어야 한다. 대학 교육·연구가 세종시의 중요한 기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수 충남발전연구원장은 “처음부터 대학을 옮기려 하지 말고 대학 부설 연구소 같은 곳부터 옮겨오면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도심이 없어도 도시는 만들어질까? 세종시에서 계속되는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는 도시 안에서 주된 상업, 업무, 문화, 공공 활동이 이뤄지는 ‘도시의 중심부’(도심)가 없다는 점이다. 이런 특이한 도시계획이 적용된 건 2005년 도시개념 설계 공모에서 안드레스 페레아 오르테가가 제시한 ‘1천개 도시의 도시’가 수용되면서 비롯됐다. 정부는 이를 기초로 세종시를 중앙행정, 문화·국제교류, 도시행정, 대학·연구, 의료·복지, 첨단지식기반 등 6개 주요 지구로 나누고 그 6개 지구를 23㎞의 순환도로로 연결했다. 세종시는 이 순환도로를 중심으로 형성되며, 도시 중심엔 시가지가 없고 중앙공원(80만평)과 원수산, 전월산만 있다. 이 도시계획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주요 기능지구 사이의 거리가 불필요하게 멀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까지 건설된 주요 기능은 정부세종청사(중앙행정)와 세종시청(도시행정), 국책연구단지(연구) 등 세 가지인데, 정부청사와 세종시청은 7㎞가량 떨어져 있고, 정부청사와 연구단지는 5㎞, 연구단지와 세종시청은 3㎞ 떨어져 있다. 그 사이는 대부분 미개발지다. 도심 성격이 강한 문화·국제교류 지구는 정부청사와 3㎞, 세종시청과 4㎞ 떨어져 있는데, 아직 허허벌판이다. 정부청사나 세종시청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 의료·복지, 첨단지식기반 등 지구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고, 언제 형성될지 기약도 없다. 그러나 행정도시청이나 세종시는 이 도시계획을 수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한 곳에 도심을 만들면 교통, 주택 등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환경, 땅값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순환로를 따라 주요 기능을 분산한 것이다. 이미 결정된 것을 자꾸 바꾸려 하기보다는 보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여전히 강하다. 행정과 상업·업무, 문화·예술, 대학·연구, 의료·복지 등 전통적 도심 기능들을 일부러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교통 불편과 불필요한 교통수요를 일으킨다는 근거에서다. 또 도시의 공공 공간 형성이나 시너지 창출에도 불리하다. 강현수 충남발전연구원장은 “6개 기능들이 사방에 흩어져 도시가 산만하고 시민들이 대중교통이 아니라 자동차에 의존하게 된다. 도시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주요 기능들이 좀더 근접해야 하고 동심원처럼 순차적으로 개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시계획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2012년 이후 인구 2.5배 증가한 21만명
수도권 인구 순유출의 기폭제 구실
혁신도시와 함께 균형발전의 견인차 외딴섬 되면서 행정 비효율 증가
“세종시에 제2국회 설치” 요구 커져
철도역·국립대학 부재도 걸림돌
‘중심지 없는 도시설계’ 논란 여전 1단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보다도 60개 정부기관의 이전이었다. 2012년 9월 국무총리실을 필두로 현재까지 19개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했고, 2016년 3월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까지 이전하면 모두 21개가 된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이전 대상이어서 앞으로 서울에는 통일·외교·국방·법무·행정자치·여성가족 등 6개 부처만 남게 된다. 중앙행정기관 소속 기관도 현재까지 중앙노동위원회 등 18개 기관이 이전했고, 2016년 3월에 소청심사위원회와 정부청사관리소가 이전하면 20개가 된다. 한국개발연구원 등 국립연구기관도 이미 14개가 이전을 완료했고 내년엔 국토연구원이 옮겨올 예정이다. 21개 중앙행정기관과 20개 소속기관에서 일하는 1만4600여명, 15개 국립연구기관의 3500여명, 기타 4개 공공기관의 400여명 등 60개 정부기관 종사자 1만8500여명이 세종시로 일터를 옮겼거나 곧 옮긴다. 세종시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인구 증가다. 세종시의 인구는 이 사업이 착공된 2007년부터 2011년 사이엔 8만명 안팎에 그쳤으나, 정부기관 이전이 본격화한 2012년 이후 인구가 급증해 2015년 12월 기준 21만2500명으로 4년 만에 2.5배 이상 늘어났다. 정부가 토지를 매입해 개발한 중심지역(신도시)의 인구도 2013년 2만5000명에서 2014년 6만명, 2015년 말 11만5000명으로 급속히 늘어났다. 세종시는 혁신도시와 함께 전국 균형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전국의 인구 이동을 분석해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새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모두 1만8595명이 순유출됐다. 수도권으로 유입된 인구보다 지방으로 유출된 인구가 더 많았던 건 이 기간이 6.25전쟁 이후 처음이다. 비록 수도권의 순유출 인구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2009~2011년까지만 해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순유출 인구가 6만6563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구 이동의 큰 흐름을 뒤바꾼 ‘역사적 사건’임에 분명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성경륭 한림대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하는 바람에 세종시가 절반의 행정수도에 그치게 됐지만 서울의 인구가 줄고 있고, 수도권 집중이 완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세종시 총괄계획가인 황희연 충북대 교수는 “그동안 국가정책이 서울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공무원들이 지방이나 전국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고 있다. 이것은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국회 이전이 세종시와 균형발전의 열쇠 그러나 아직 세종시에는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국회의 이전은 세종시와 균형발전의 성패를 가를 중대한 문제다. 정부 부처와 국회의 공간적 괴리는 세종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막대한 행정 비효율을 낳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2014년 6월 국무총리실의 조사를 보면, 직전 한 달 새 공무원들의 73.4%가 ‘출장을 갔다’고 했는데 출장자 가운데 46.8%가 ‘국회’를 다녀왔다. 세종청사 공무원 출장의 절반 가까이가 국회 관련 업무였던 셈이다. 정부 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고위직 출장은 3분의 2 이상이 국회 관련일 것이다. 의원실에서 부르면 무조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칼자루를 쥔 국회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세종청사에는 국회 관계자를 위한 회의실이 마련돼 있지만 쓴 일이 거의 없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이 세종시에 와서 정책 설명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세종시에서 국무회의를 자주 열고, 국회의장이 세종시에서의 상임위 활동을 독려하면 비효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헌법재판소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제2국회(국회 분원) 설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이춘희 세종시장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세종시에 제2국회가 들어서면 세종시에 있는 정부 부처는 제2국회에서, 서울에 있는 정부 부처는 서울의 제1국회(국회 본원)에서 국회 관련 업무를 볼 수 있다. 또는 회기에 따라 한 번은 서울에서, 한 번은 세종시에서 번갈아가며 국회를 열 수도 있다. 현재 세종시에는 국회와 청와대 용지로 23만평의 터가 잡혀 있고, 정부세종청사 한복판에도 4만~5만평의 빈터가 있다. 지역갈등 사이에서 실종된 세종역 세종시 발전의 또다른 걸림돌은 철도역이 없다는 것이다. 세종시는 특별자치시, 행정도시라는 위상을 갖고 있지만, 철도는 청사에서 거리로 17㎞, 시간으로 30~40분가량 떨어진 청주의 오송역을 이용해야 한다. 애초에 호남고속철도 노선을 결정할 때 세종시 중심부를 관통하게 할 수 있었으나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호남고속철도 노선은 세종시 남쪽으로 우회한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도시 중심부에 철도역을 설치하면 도시가 양분된다. 멀지 않은 곳에 오송역이 있는데 굳이 세종역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세종시에 고속철도역을 설치하면 서울에서 통근이 가능해 공무원들이 이주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고, 오송역을 가진 충북과 청주 쪽에서 세종역 신설을 반대한 것도 이유가 됐다. 그러나 고속철도역이 없어서 생기는 불편이나 낭비는 크고 만성적이다. 세종시의 한 공무원은 “청사에서 오송역 가는 시간과, 오송역에서 서울역 가는 시간에 큰 차이가 없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철도역은 도시의 심장과 같은 곳인데 처음부터 세종역을 설치하지 않은 게 잘못이었다. 지역 간 갈등을 조정해 이제라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철도역을 설치한다면 그 위치는 현재 호남고속철도와 1번 국도가 만나는 세종시 발산리 일대가 유력하다. 국토교통부의 한 고위 관리는 “이곳에 세종역을 설치하는 데는 500억원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학 하나 없는 특별자치시 대학이 없는 것도 세종시의 활력이나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지금도 세종시 행정구역 안에는 고려대와 홍익대의 세종캠퍼스, 대전가톨릭대학교, 한국영상대학교가 있다. 그러나 이들 대학은 세종시 중심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모두 사립대학이다. 대학원은 2014년에 이전한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이 중심지역 안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카이스트와 고려대의 일부 학부와 대학원의 이전을 협의 중이고, 여러 대학의 공동 캠퍼스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세종시와 같은 공공성이 높은 도시를 만들면서 왜 국립대학을 설치하지 않았을까? 이춘희 세종시장은 “애초에는 케네디스쿨(하버드대 행정대학원)과 같은 국가정책대학원을 구상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실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세종시 추진 초기에는 서울대를 이전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역시 추진되지 못했다. 세종시에서 20대 젊은이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대학이 가져다주는 도시의 매력, 생동감, 창조력, 인구 유입 효과 등을 생각하면 국립대학이나 국립대학원의 신설, 이전은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일이다. 성경륭 한림대 교수는 “규모가 작더라도 서울대 행정대학원이나 프랑스의 국립행정학교(ENA)처럼 공공성이 높은 대학(원)을 세종시에 만들어야 한다. 대학 교육·연구가 세종시의 중요한 기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수 충남발전연구원장은 “처음부터 대학을 옮기려 하지 말고 대학 부설 연구소 같은 곳부터 옮겨오면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도심이 없어도 도시는 만들어질까? 세종시에서 계속되는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는 도시 안에서 주된 상업, 업무, 문화, 공공 활동이 이뤄지는 ‘도시의 중심부’(도심)가 없다는 점이다. 이런 특이한 도시계획이 적용된 건 2005년 도시개념 설계 공모에서 안드레스 페레아 오르테가가 제시한 ‘1천개 도시의 도시’가 수용되면서 비롯됐다. 정부는 이를 기초로 세종시를 중앙행정, 문화·국제교류, 도시행정, 대학·연구, 의료·복지, 첨단지식기반 등 6개 주요 지구로 나누고 그 6개 지구를 23㎞의 순환도로로 연결했다. 세종시는 이 순환도로를 중심으로 형성되며, 도시 중심엔 시가지가 없고 중앙공원(80만평)과 원수산, 전월산만 있다. 이 도시계획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주요 기능지구 사이의 거리가 불필요하게 멀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까지 건설된 주요 기능은 정부세종청사(중앙행정)와 세종시청(도시행정), 국책연구단지(연구) 등 세 가지인데, 정부청사와 세종시청은 7㎞가량 떨어져 있고, 정부청사와 연구단지는 5㎞, 연구단지와 세종시청은 3㎞ 떨어져 있다. 그 사이는 대부분 미개발지다. 도심 성격이 강한 문화·국제교류 지구는 정부청사와 3㎞, 세종시청과 4㎞ 떨어져 있는데, 아직 허허벌판이다. 정부청사나 세종시청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 의료·복지, 첨단지식기반 등 지구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고, 언제 형성될지 기약도 없다. 그러나 행정도시청이나 세종시는 이 도시계획을 수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한 곳에 도심을 만들면 교통, 주택 등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환경, 땅값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순환로를 따라 주요 기능을 분산한 것이다. 이미 결정된 것을 자꾸 바꾸려 하기보다는 보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여전히 강하다. 행정과 상업·업무, 문화·예술, 대학·연구, 의료·복지 등 전통적 도심 기능들을 일부러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교통 불편과 불필요한 교통수요를 일으킨다는 근거에서다. 또 도시의 공공 공간 형성이나 시너지 창출에도 불리하다. 강현수 충남발전연구원장은 “6개 기능들이 사방에 흩어져 도시가 산만하고 시민들이 대중교통이 아니라 자동차에 의존하게 된다. 도시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주요 기능들이 좀더 근접해야 하고 동심원처럼 순차적으로 개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시계획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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