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원 등 대기업 19곳이 추가로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른다. 올해 상반기에 이미 구조조정 대상이 된 35곳을 합하면 모두 54개로 2010년(65곳) 이후 최대 규모다. 하지만 당장 12월31일이면 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 수단인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의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종료될 상황이어서 일부 혼란이 우려된다.
금융감독원은 30일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해 11곳을 워크아웃 대상인 시(C)등급, 8곳을 퇴출 대상인 디(D)등급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구조조정 대상 19곳 가운데는 최근 워크아웃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동아원 등 상장사 3곳(C등급 2곳, D등급 1곳)이 포함됐다.
채권은행들은 지난달부터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중 부실위험 가능성이 있는 368곳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벌였다. 통상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는 1년에 한 차례(상반기) 실시한다. 하지만 올해는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급증한 탓에 적극적인 구조조정 필요성이 부각돼 하반기에 더 엄격한 잣대로 추가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했다.
업종별로는 철강이 3곳으로 가장 많고, 조선·기계제조·음식료 부문이 각각 2곳씩 포함됐다. 건설·전자·석유화학·자동차·골프장 업종에서는 각각 1곳이 새롭게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C등급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워크아웃을 통해 신속한 금융지원과 자구계획 이행을 추진한다. D등급 기업은 추가적인 금융지원 없이 자체적인 정상화를 추진하도록 하거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등을 통해 신속히 정리할 계획이다. 이들 19곳이 금융권에 진 빚은 모두 12조5천억원으로, 은행(12조2500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은행들이 이로 인해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은 1조5천억원에 이른다.
구조조정 ‘살생부’는 만들었지만, 정작 구조조정 수단인 기촉법이 사라질 처지여서 일부 혼선이 예상된다. 여야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올해 말로 종료되는 기촉법을 2년6개월 연장하는 개정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다른 법안들과 일괄 처리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 의견이 갈리는 바람에 연내 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1월1일부터는 워크아웃이 불가능해진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의 동의만 얻으면 신속한 자금지원과 재무구조개선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
금감원은 기촉법 종료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권금융기관 자율로 기업구조조정 운영 협약을 마련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2금융권 등 비은행 채권 금융회사의 경우 자율협약 참여를 강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17개 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이 참석한 회의를 열어 “협약이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기관 이기주의 행태를 보여 기업 구조조정에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물론 연내 법안 처리가 안 돼 기촉법이 실효되더라도 이번 임시국회 회기인 내년 1월8일까지 또는 늦어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새 법안이 통과되고, 기존 법안의 효력을 살리도록 하면 큰 혼란 없이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회가 1월8일까지만 기촉법을 처리해주면 공백 기간을 보름 정도로 줄일 수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것도 안 되면 2월 임시국회에서라도 꼭 통과시켜야 그나마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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