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3일 북한이 지방의 ‘장마당’을 중심으로 시장경제로의 이행이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면서, 북한의 체제불안을 전제로 한 기존의 시나리오 대신에 남북한 간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3일 상의 출입기자들과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그동안 (남한 사회의) 북한에 대한 생각은 아직 기근에 허덕이고, 통제된 사회에서 국가 주도의 배급제가 실패했고, 평양과 나머지 지방의 소득격차가 크다는 것이었는데, (최근 북한 전문가들과 만난 결과) 실제로는 전혀 그런 상태가 아니어서 북한의 체제불안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북한이 장마당을 통해서 시장경제를 허용한지가 상당히 됐다”면서 “지방은 장마당을 통해서 (각 개인들이) 자기거래를 하고, 사기업들이 생겨서 소득이 높은데, 오히려 평양에는 (이런 활동이 어려워) 도시빈민이 생기고 먹고 살기가 훨씬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평양 시민의 소득이 낮은 이유와 관련해 “국가가 지정하는 공장이나 일자리를 의무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장마당에 들어가는 자기 생계형 사업을 못하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이어 “북한은 이제 기근은 없고, 굶어죽는 사람이 없으며, 시장경제를 상당부분 허용해 개인회사들 같은 조직들이 생겨서 사업을 하고, 정부가 느슨한 형태로 세금을 걷고 있다”면서 “사용 중인 핸드폰이 280만대가 넘어가고 북한 주민의 수요는 많은데, 물건이 없어서 못 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상의가 준비해온 북한 급변 시나리오 대신에 북한의 시장경제 이행이 시작됐고, 국가가 주도하든 아니든 지방도시는 전부다 시장경제에 의해서 지탱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것인가를 먼저 의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와 관련 “조선상업회의소(한국의 상의와 비슷한 기구)하고 물꼬를 터서, 원산지증명 같은 것은 당장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 (정부와 협의해야지만) 남북한이 모두 회원인 국제상업회의소(ICC)를 통하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국제상업회의소의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박 회장은 또 “한국의 다양한 무역 거래선을 활용해 북한산 물품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중개무역을 활성화할 수 있다”면서 “조선상업회의소가 발행한 원산지증명을 근거로 대한상공회의소가 북한산이라는 원산지증명서를 발행해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기후협약이 진행되면 북한의 ‘탄소 배출권’도 사올 수 있다”면서 “북한은 산업화가 안돼 있어 (탄소배출권이) 많이 남아돌 것”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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