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4’
배상면주가가 내놓은 ‘R4’
주세법 규정 따르면 청주
맥아 없지만 맛과 향은 맥주
주세법 규정 따르면 청주
맥아 없지만 맛과 향은 맥주
“맥주를 만들어놓고 맥주라고 부르지 못합니다. 이것이 우리 주세법의 한계입니다. 앞으로 우리 술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개선해야 합니다.”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이 지난해 12월17일 출입기자들과의 송년회에 쓰였던 술 가운데 하나인 배상면주가의 ‘아르4’(R4)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장관의 말대로 아르4가 어떤 종류의 술인가 하는 것은 논란거리다. 법률이 정한 이 술의 분류와 실제 맛과 향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주세법 대로라면 아르4는 ‘청주’다. 병에 붙인 딱지에도 ‘청주’로 적혀 있다. 주세법 4조2항은 쌀과 누룩(국), 물을 발효시켜 만든 술을 청주로 규정한다. 아르4는 쌀로 빚은 술이다. 주원철 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장은 “맥주를 만들려면 원료 곡류 사용량 가운데 10% 이상이 엿기름(맥아)이어야 하는데, 아르4는 엿기름을 전혀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역사적으로도 쌀로 만든 맥주는 없었다. 맥주는 보리와 밀을 발효시킨 술을 일컫는다.
그러나 아르4를 맥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 술을 만든 배상면주가의 배영호 대표는 “아르4는 쌀로 새로운 라거(저온 발효 맥주)를 만든 것으로 청주와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라이스 라거’(쌀 맥주)라고 이름붙였다”고 말했다. 또 이 술은 알코올 농도가 5.8도로 청주(통상 10~15도)보다는 맥주(통상 3~5도)에 가깝고, 홉을 넣어 맥주의 맛과 향이 강하다. 실제 이 술을 마신 일반인들은 맥주로 받아들인다.
배상면주가는 엿기름(맥아)을 10% 이상만 섞으면 ‘맥주’가 될 수 있었는데, 왜 굳이 100% 쌀을 고집했을까? 배영호 대표는 “우리 대표 곡물인 쌀로 만들어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봤고, 작은 기업으로는 청주로 만드는 게 유통이나 세율에서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청주로 만들어야 ‘특정 주류 도매’라는 중소기업에 유리한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고, 세율도 청주(30%)가 맥주(72%)보다 낮다.
박록담 전통주연구소장은 “보리를 전혀 쓰지 않았으니 맥주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맥주나 청주라는 전통적인 술 분류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쌀을 이용해서 다양한 술을 만드는 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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