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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못말리는 최경환, 떠나는 날까지 ‘자화자찬’

등록 2016-01-12 17:21수정 2016-01-15 17:22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경제 수장’ 자리를 떠나는 날까지 ‘자화자찬’을 멈추지 않았다. 최 부총리의 1년 6개월은 경제정책에서 성과도 있었지만 부작용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순풍이라곤 받아본 적 없이 그야말로 사투를 벌인 항해였다”며 “과거 정부들이 욕먹기 싫거나 갈등이 두려워 중장기 과제로 미루곤 했던 여러 개혁 과제들에 대해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하겠다며 당당히 맞서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부총리는 “취임 당시(2014년 7월) 경제 주체들은 세월호 이후 길을 잃고 우두커니 서 있었고, 시장과 정부는 괴리돼 정책 약발도 듣지 않았다”며 “이에 우리는 LTV·DTI 완화처럼 성역 없이 접근했고, 가계 소득 증대 세제처럼 새롭게 성장 방정식을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시장이 정책에 반응하기 시작했고, 구조개혁의 큰 그림을 그려 국민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확보해 쉼 없이 개혁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또 “지난 몇 년간 우리를 괴롭혔던 세수 펑크도 끝낼 수 있었고, 고용률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주택 거래량은 2년 연속 100만건을 웃돌았다. 공무원연금 개혁, 17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에서도 가시적 성과가 속속 나왔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가 전임 부총리들에 비해 다양한 경제정책을 시행한 건 사실이지만, 큰 부작용을 낳은 것 또한 사실이다.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로 가계 부채는 1200조원까지 불어나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또 법인세 인상 대신 선택한 가계 소득 증대 세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월 평균 실질 가계 소득 증가율은 1년 전과 견줘 0%로 조사됐다. 가계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4년 만에 세수 펑크를 벗어난 것도 지난해 나라 빚을 늘려 추경을 편성했기 때문이며, 노동시장 개편은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최 부총리가 이임사에서 미흡했다고 밝힌 분야는 ‘청년 실업’ 정도다.

그러면서 최 부총리는 “고장난 정치권의 문제해결 능력을 이대로 두고서는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경제를 바꾸러 다시 정치판으로 돌아간다. 정치 개혁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지도에 없는 길로 지금 다시 새 출발 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위기의 원인을 정치권 탓으로 돌리면서 자신의 여의도 복귀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임사>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가족 여러분

 이제 헤어질 시간입니다.

 예정됐던 이임이라 그동안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막상 닥치니 아쉬움과 미안함이 자꾸 밀려옵니다.

 

 제가“젖 먹던 힘까지 다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여러분이야말로 지난 1년 반 동안

 진짜 죽을둥 살둥 일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워낙에 야근과 주말근무가 일상화된 조직이다보니,

 지난해 말에는 직원 자녀가 쓴 일기장 사진이

 사내게시판에 올라왔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우리 아빠는 새벽 4시에 들어오고

  휴일에도 회사에 나가는데,

  도대체 왜 쉬라고 만든 휴일에도 일을 내주는지

  꼭 물어보고 싶다”는 내용의 일기 말입니다.

 

 정말 민망했고, 마음이 짠했습니다.

 

 저와 함께 그동안 일과 휴식의 경계도 없이 달려주신 여러분,

 정말 고맙고, 미안합니다.

 엄마와 아빠, 혹은 아내와 남편을 회사에 내준

 여러분 가족에게도 마음의 빚이 큽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일을 시켰는데도

 나를 두 번이나 ‘닮고 싶은 상사’로 뽑아줬다면,

 나중에 본인들이 장관이 돼서는 도대체 얼마나 일을 많이 시키려고 이러는가”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지금 돌이켜 봐도, 취임 당시는 참으로 막막했습니다.

 

 경제주체들은 세월호 이후 길을 잃고 우두커니 서 있었고,

 시장과 정부는 괴리되어‘정책 약발’도 듣지 않았습니다.

 

 이에 우리는 ‘41조원 재정패키지’처럼 과감하게 대응했고,

 LTV·DTI 완화처럼 성역 없이 접근했고,

 가계소득 증대 세제처럼 새롭게 성장방정식을 설계했습니다.

 

 다행히도 실로 오랜만에 시장이 정책에 반응하기 시작했고,

 성장률도 세월호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환자가 기력을 되찾자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구조개혁의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확보해

 쉼 없이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사라는 게 참 마음 같지가 않아서,

 곧 메르스가 터지며 우리경제가 몸져 눕기도 했습니다.

 저유가와 글로벌 수요부진으로 세계경제가 어려워지며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최단시일내 추경 등 재정보강대책과

 개별소비세 인하와 블랙프라이데이 등 소비활성화 대책으로 맞서 우리 경제를 지켜냈습니다.

 

 지난 1년반 동안 저와 여러분은

 세월호와 메르스, 그리스 재정 위기, 중국 경기 둔화,

 저유가와 미국 금리 인상 등

 그야말로 악조건의 한복판을 헤쳐 나왔습니다.

 

 순풍(順風)이라곤 받아본 적 없이

 그야말로 사투를 벌인 항해였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거와 다른 ‘질적인 차별’을 만들어냈고,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5분기 연속된 0%대 저성장 흐름을 끊었고,

 GDP 규모는 세계 13위에서 11위로 올라설 전망입니다.

 과거처럼 수출이 받쳐줘 바람을 등지고 달릴 수 있었더라면

 3% 후반대 성장도 가능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 몇년간 우리를 괴롭혀왔던

 세수펑크도 끝낼 수 있었고,

 고용률도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주택거래량은 2년 연속 100만건을 웃돌았습니다.

 공무원연금 개혁, 17년만의 노사정 대타협 등

 4대부문 구조개혁에서도 가시적 성과가 속속 나왔습니다.

 

 국고보조금, 지방교육재정, 대우조선해양 등에서는

 재정투입의 원칙과 기강을 바로 잡았고,

 담뱃값 인상, 종교인 과세 등 인기없는 정책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고 나갔습니다.

 

 한중 FTA 발효로 수출에 새로운 돌파구도 마련했습니다.

 성장전략과 그 이행성적도 세계 1, 2위를 차지했고,

 국가신용등급은 건국이래 최고로 올라갔습니다.

 

 악조건 속에서 이렇게 분투할 수 있었던 것은

 위기 극복의 DNA를 가진 우리 국민들께서

 합심 노력해 주신 덕분입니다.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우리는 과거정부들이 욕먹기 싫거나 갈등이 두려워

 중장기 과제로 미루곤 했던 여러 개혁과제들에 대해,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하겠다며 당당히 맞서 왔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나 미흡한 점도 많습니다.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했던 것도 있고,

 계획했던 시간표대로 성과가 나오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국민들이 보시기엔 많이 부족할 것입니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기대만큼 많이 만들지 못했고,

 경기회복도 “먹고 살기가 확 나아졌다”고 체감할 만큼은

 아닙니다.

 

 물론, 발 빠르게 대책을 만들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니

 재임기간 내내 속이 탔던 것도 사실이고,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은 개혁 자체도 지난한 과정이지만 그 체감효과가 나기에는 시간도 걸릴 것입니다.

 

 그래서 제 스스로도 아쉽고,

 국민들께도 송구한 마음입니다.

 

 특히, 제일 듣고 싶언던

 “청년들이 취업 좀 되기 시작했다”는 말을 듣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청년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이제 많은 숙제를 남기고 떠납니다만,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발군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유일호 신임 부총리께서

 제 뒤를 이어서 달리게 됐다는 점입니다.

 

 연초부터 몰아닥치고 있는

 G2리스크와 금융시장 불안의 파고를 헤치고

 한국 경제를 잘 이끌어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지난 1년 반, 여러분과 함께 경제개혁을 위해

 지도에 없는 길을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그 길의 끝에서 저는

 고장난 정치권의 문제해결 능력을 이대로 두고서는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다시 가지게 되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문제를 만들어내기만 하는

 우리 정치권의 고질적인 병폐가 계속되는 한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이제 불가능합니다.

 

 저출산 고령화를 극복하고

 저성장 고착화의 흐름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과감한 법적?제도적?정책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문제해결 능력 복원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정치권의 대응능력 부재로

 잃어버린 20년을 속절없이 맞이한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저는,

 12년 전 처음 정치에 발을 디딜때 했던 출사표처럼,

 “경제를 바꾸러 다시 정치판으로 돌아갑니다.”

 

 정치개혁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지도에 없는 길로 지금 다시 새 출발 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했던 시간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저의 자부심이었던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관련영상 : 윤석열 박형철 검사, 최경환 전 부총리 채용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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