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지연 수리’ 항고심서 승소…현대차, 상고
손해보험사들이 현대·기아자동차 소속 직영 정비소가 사고차 수리 지연으로 보험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게 된 배경에는, 3년전 삼성화재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유사 소송에서 1·2심 법원이 손보사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삼성화재는 현대차가 직접 운영하는 정비소가 사고 차량 수리를 지연시켜, 적절한 수리 기간을 초과하는 동안 렌트비를 더 지급하게 했고, 수리비를 중복 청구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등 손해가 발생했다며 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한다. 지난해 12월10일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7부(재판장 예지희)는 “(문제가 제기된 자동차 세 대) 차량의 적정 수리기간은 5일로 봐야하는데, 피고가 지연 수리를 해 초과 기간 동안 원고가 렌트업체에 레트비를 지급하게 하는 손해를 입혔다. 지연수리로 인한 손해 306만여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판결문을 보면, 2011년 사고 피해를 당한 NF쏘나타 차량은 적정 수리기간의 두 배가 넘는 12일 동안 수리가 진행됐다.
현대차는 법정에서 “수리센터 고객 상담 대기시간이 평균 2.05일이고 부품 조달에 시간이 걸리며, 인력이 부족해 대기차량이 많았을 뿐 아니라 고객과 협의된 예상 수리시간에 맞추어 수리를 완료해 고의적 지연이 없었고, 수리지연이 있더라도 계약 관계가 없는 제 3자인 원고에게 위법한 행위를 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가 직접 운영하는 수리센터이므로 부품이 다수 확보돼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수리를 받을 무렵 대기차량이 많았다는 주장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 △고객과 합의로 수리기간을 정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수리기간이 길어질 경우 다른 협력업체나 수리업체에 수리를 권유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등을 들어 현대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통 현대차 직영정비소에 사고 차량이 들어오면, 정비소 소속 직원이 예상 수리기간 및 수리비 견적을 뽑아 운전자와 손보사에 통보한다. 이후 손보사로부터 수리비 지불보증을 받은 뒤 수리를 완료하면 보험수리비를 청구하는데, 손보사는 손해사정을 한 뒤 현대차 담당자와 협의해 최종 수리비를 결정한다. 재판부는 이러한 절차가 있으므로, 지급된 보험금에 대해선 더 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하는 양사간 ‘화해계약’이 성립됐다고 보았다. 항소심에서 삼성화재는 현대차가 기망(거짓을 말하거나 진실을 은폐해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것)해 중복청구를 했으므로 화해계약 취소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 소송은 두 회사에 양보할 수 없는 법정 다툼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와 현대차는 1심 선고 이후 각각 광장과 율촌 등 거대 로펌을 법률대리인으로 세웠다.
박현정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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