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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회장님이 터뜨린 ‘이혼 소동’…뒤치다꺼리는 그룹이

등록 2016-01-14 21:44수정 2016-01-15 16:39

서울 종로구 서린동 에스케이(SK)그룹 본사. 최태원 회장의 개인사 공개 고백 이후 그룹 안팎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 종로구 서린동 에스케이(SK)그룹 본사. 최태원 회장의 개인사 공개 고백 이후 그룹 안팎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오너 리스크’에 흔들리는 SK ②
지난 연말 내연녀와 혼외 자녀를 두고 있다는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편지가 <세계일보>에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재벌 회장이나 각계 고위층의 복잡한 여성관계나 ‘두 집 살림’이 물밑 소문으로 도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이렇듯 언론을 통한 자발적 공개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어떤 사정이 있었기에 이런 식의 ‘커밍아웃’이 이뤄진 것일까?

■ 내연녀 공개는 최 회장 ‘단독 플레이’

최 회장의 편지는 지난해 12월29일 아침 일반에 공개됐지만, 정보시장에서는 전날 저녁부터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신문이 전날 저녁 인쇄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정·관계와 재계 정보를 다루는 ‘선수들’ 사이에 알음알음 소식이 퍼졌다는 것이다.

에스케이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검(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전날 저녁 그룹 쪽에 (최 회장 여자 문제가 보도된다는) 관련 첩보가 사실인지 문의해 왔다고 한다. 그룹 대외(대관·홍보) 쪽에서는 회장 사생활과 관련한 뭔가가 보도되는 것은 알았는데, 그게 편지인 줄은 몰랐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룹 홍보실도 보도 전날 저녁 ‘회장님과 관련한 뭔가 센 것이 보도된다’는 첩보를 입수해 세계일보 편집국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반응은 싸늘했다고 한다. 기업체에 불리한 보도가 나올라치면 홍보실이 나서서 기업 쪽 의견이나 처지를 설명해 기사에 반영하도록 하는 게 관행인데 ‘확실한 근거를 갖고 썼으니 두말할 것 없다’는 반응에 머쓱해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룹 수뇌부 등 이혼 반대하자
측근 통해 언론사에 공개편지
“사내에선 사전에 잘 몰라”
그룹 관계자들 사태수습 분주
오너 사생활 논란에 임직원 피해

그렇다면 편지는 어떻게 세계일보로 흘러들어갔을까? 경제 전문 매체인 <뉴스토마토>가 편지 보도 9일 전인 지난해 12월20일 내보낸 ‘최태원 SK그룹 회장 부부 이혼 논의 진행 중’이란 기사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최 회장 부부 측근의 입을 빌려, 이혼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사실상 부부관계가 끝난 지 오래이지만 수감 등 여러 사정으로 미뤄졌을 뿐이라는 내용이었다. 뉴스토마토는 9일 뒤 “한 홍보대행사가 최 회장의 뜻이라며 보도를 요청해온 것”이라고 당시 보도 경위를 밝혔다.

에스케이그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그룹 수뇌부가 (이혼에) 반대하자 최 회장이 측근들을 동원해 내연녀와 혼외 자녀의 존재를 공개하는 폭탄을 터뜨린 것”이라며 “회장을 탓할 수도 없고, 나 몰라라 할 수도 없어 참모(그룹 수뇌부)들로서도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언론 플레이에 동원된 최 회장의 측근으로 홍보대행사 대표 ㅇ씨 등을 거론하고 있다. 또 최 회장은 보도 전날 유력 언론사 사주를 직접 만나 ‘이혼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을 동원해 이혼을 기정사실화하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자 ‘강수’를 쓴 셈이다.

최태원 회장의 비선 활용
최태원 회장의 비선 활용

■ 회장은 흘리고, 그룹은 뒷수습

에스케이도 편지를 공개한 쪽이 최 회장임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민감한 내용을 담은 ‘회장님’의 편지가 남몰래 언론에 유출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최 회장이 어떻게 해서든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그룹 안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이혼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이어서 그룹 수뇌부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란 설명이다.

최 회장은 수감생활(2013년 1월~2015년 8월) 중에도 이혼을 추진하려 했는데, 이때는 그룹 수뇌부가 강력하게 만류해 최 회장이 뜻을 접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그룹 관계자는 “옥중에서 이혼이 추진될 경우엔 사면·복권은 물 건너갈 텐데, 이런 점 때문에 가정사에 국한된 게 아니어서 강하게 만류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편지 공개를 통해 이혼을 기정사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최 회장의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고, 사태 수습은 또다시 그룹 몫이 됐다. 그룹은 이혼이 불가피하다는 편지의 주제를 ‘고백’으로 받아들여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후속 보도를 막기 위해 주요 언론들을 상대로 ‘작업’에 나섰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그렇다면 최 회장은 왜 이런 우스운 꼴을 자초한 것일까. 그룹 쪽은 “독실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최 회장이 지금 같은 비정상적인 사생활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심경 고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 최고경영자급에서는 내연녀와 딸의 존재가 다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사생활 때문에 약점이 잡혀 되레 아랫사람 눈치를 보게 된 최 회장이 모든 것을 공개해 털어버리자는 결심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언론을 통해 이혼을 기정사실화하려던 최 회장으로 인해 피해는 수많은 임직원과 기업이 떠안게 됐다. 그룹 이미지는 땅에 떨어지고 경영활동에 매진해야 할 임원들은 회장이 친 사고를 뒷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한 직원은 “주변에서 ‘너희 회장님 왜 그러냐’고 물어오면 할 말이 없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장님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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