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부인 횡령수사 관련성 언급
“거짓변론 등 본인 경솔 때문” 지적
“거짓변론 등 본인 경솔 때문” 지적
“혼인관계의 실체는 사라진 채 시간이 흐르던 중 피고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하여 2011년 4월경부터 검찰 수사를 받는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됐습니다.”
지난 연말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불륜 고백 뒤 공개된 최 회장 이혼청구 소장의 일부다. 2012년 작성돼 보관만 하고 있었다는 이 소장에서, 최 회장은 이혼의 주된 사유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성격 차이와 더불어 노 관장 때문에 자신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고 언급했다.
실제 그룹 안팎에서는 노 관장이 최 회장이 2년7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하도록 만든 회삿돈 횡령·배임 수사 실마리를 정부 쪽에 건넨 것으로 본다. 노 관장이 어머니인 김옥숙씨에게 문제가 된 돈 흐름을 얘기했고 김씨가 이를 청와대 안주인 모임 또는 교회 모임에서 털어놨다는 설과 노 관장이 직접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전했다는 설이 있다. 그룹 관계자는 “수사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노 관장도 부인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애초 출발은 ‘신고’가 아니라 ‘상담’ 또는 도움 요청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무속인 출신으로 알려진 김원홍씨 등 측근들에 둘러싸여 있던 최 회장이 자신의 말(조언)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아, 해결 방법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돈 문제가 외부에 흘러가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노 관장과 최 회장 측근 3인방(김원홍·김준홍·은진혁)의 사이가 안 좋았고, 최 회장이 그 측근들과 어울리면서 노 관장과 관계가 더 멀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경솔한 행동의 주인공은 노 관장이 아니라 최 회장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회삿돈이 바로 변제돼 구속될 사안이 아니었는데 (거짓 변론을 일삼다) 스스로 제 눈을 찌르고”(검찰 고위 관계자) 감옥에 간 것도, 이혼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언론을 동원했다 웃음거리가 된 것도 모두 최 회장 자신 때문이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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